▲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
골든게이트 공원에서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가 실시한 백일장으로, 한인 2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연을 호흡하며 글을 쓰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로 벌써 17회에 이른다고 하니 그동안 이곳에 있는 한인들에게 우리말 사랑과 얼을 되살리는 장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행사는 10년 전부터 더 많은 학생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그림그리기와 함께 실시하는데, 매년 30여개의 한국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1500여명이나 참가해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기에 일 년 가운데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행사라고도 했다.
때마침 골든게이트 공원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바다로부터 안개가 날아오르고 한껏 자연의 선물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주변에 피어난 많은 꽃 어딘가에 나비가 있을 듯한데, 쉽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글제 가운데 초등부에는 '새, 선물, 바다'가, 중등부에는 '안개, 나비, 만나고 싶은 사람'이 결정되었다. 학생들은 완벽한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돼 글을 쓰고 있었다.
심사를 하다 보니 시를 쓴 학생은 몇명 되지 않았다. 심사 전 위원장으로부터 심사에는 맞춤법을 크게 고려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작품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맞춤법이 어긋난 것은 물론이고 생각이나 표현이 상식 수준에 머문 것도 많았다. 그런데도 이곳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 한국학교의 대표로 뽑혀 왔다는 것이다. 다만 몇 명의 학생에게서 짜임새 있고 색다른 상상력을 표현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한글 사용에서 더 나아가 문학적 표현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백일장을 통해 학생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이제 미국에도 한인 2세들이 한국어를 잘 할 경우 영어와 두 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사회진출에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잘 구사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직장이 늘어나 그만큼 더 좋은 여건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인 2세들이 한국어를 잘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다음 세대로 내려가며 한글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커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한인 2세들의 한글 교육과 글쓰기에 획기적으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돼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