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성식 서천 충남애니메이션고 교사 |
선생님이 그러한 학생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위로해 주면 좋겠지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겨주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이들은 냉혹한 경쟁체제 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어떻게 하면 많은 양을 학습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까에 매일 매일 집중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배운 것 중에서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농부는 겨우내 얼어있던 땅을 일구는 일부터 일 년 농사를 시작한다. 농기계나 농사 기술의 발달로 땅을 일구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딱딱하게 굳은 흙에 씨앗을 뿌리지는 않는다. 가을에 질 좋은 곡식을 많이 거두고 싶은 마음에 딱딱하게 굳은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씨앗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거름을 준다. 씨앗을 뿌리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도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밭이 어떤지 상관없이 씨앗을 뿌리고 또 뿌리면서 좋은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모든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간절히 원하지만 과연 그 씨앗이 머리 속에 잘 심어져 실력이라는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을까? 많은 학생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스스로의 잘못을 탓한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롭고, 많은 시간 책상에 앉아 있었으나 올라가지 않는 성적 앞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그것은 다시 마음밭에 무거운 돌멩이로 자리 잡는다.
언젠가 매스컴을 통해 외국 신문의 '믿거나 말거나' 코너에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한다는 내용이 실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학습에 투자하는 시간은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지만 학습 능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수업 시간에 눈은 선생님을 보고 있으나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이들은 어차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다른 생각들로 가득한 상태라면 공부가 잘 될 리가 없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우리의 교육이 아이들의 마음밭이 어떤지 살피는 일을 조금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아이들이 다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연습을 시켜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 간의 대화든 선생님 또는 전문가와의 상담이든,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최대한 안정적이고 깨끗하게 해 주도록 하는 노력이 더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이나 마음속에 가득한 근심과 불안, 잡념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우리가 가르치고자 하는 많은 것들이 아이들에게 자리 잡지 못한다. 메마른 땅에 뿌린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기 어려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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