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나지만,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을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때인지라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흥분했던 것 같다. 가수 윤수일은 그저 씩 웃으면서 지나갔지만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 대전의 환경은 무척 달라졌다. 몇 년 전부터 심심찮게 소규모 형태의 영화나 드라마 촬영모습이 목격되더니, 이제는 곳곳에서 대로를 막아서고 거물급 영화배우들이 대놓고 촬영하는 현장들이 있어 즐거울 때가 많다.
이달 초에는 대전이응노미술관에서도 영화촬영이 있었다. 류승범, 황정민, 유해진, 말만 들어도 정말 잘 나가는 배우들 아닌가!
그들이 미술관에 왔었다.
영화 '부당거래'의 단 5분 분량의 촬영을 위한 일정이었지만 그 촬영을 위해 몇 주 전부터 미술관과 촬영진들과의 협의시간도 가지며 미술관 측에서는 가능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촬영당일에는 6시간이 넘도록 촬영준비를 하고서야 드디어 늦은 저녁 감독의 큐! 오케이! 싸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새벽 5시까지 계속 돌아갔다.
영화 속 이응노미술관은 이제 막 개관하는 신생미술관으로 등장한다. 개관미술관 오픈행사에 초대된 국내·외 인사들의 흥겨운 축하연 가운데 주인공 류승범은 누군가를 만나 전시장을 돌며 작품을 감상한다는 설정이다. 그 장면을 위해 동원된 인원만 슬쩍 헤아려보니 80여명에 달했다. 물론 편의시설을 제공한 미술관 측에서 기대한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술관을 통한 지역홍보효과에 있었다.
단 5분이지만, 시와 미술관의 입장에서 보면 5분 동안 지역 안에서 활성화되는 물적 인적인 경제적 효과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지역적 홍보의 사례와 결과를 통해 짐작 가능한 것이었기에 주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들이 있기 마련인데 대부분 대중들의 인기를 끈 영화나 드라마의 명장면 명대사가 전개된 촬영지인 경우가 많다.
이제 과거의 문화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시절은 지나버리고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처럼 촬영지를 찾아 즐기는 인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그들로부터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지역의 경제적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지역마다 앞 다투어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자신들의 장소나 시설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박물관은 살아 있다 2'라는 영화의 촬영지는 스미소니언박물관이었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은 16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동물원 등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박물관으로 전시품목만 모두 1억 4000만 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스미소니언박물관은 그동안 내부촬영을 어떠한 외압에서도 결코 허락지 않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숀 레비를 비롯한 이번 영화제작진의 집념어린 설득은 영화사상 최초로 촬영현장으로 이끌어냈고 그 결과는 스미소니언에 대한 엄청난 대중들의 관심과 많은 이들의 주목을 선사하게 했다. 각종 체험행사 및 관람에 몰려드는 인파는 유사업계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과연 이응노미술관도 '부당거래'가 개봉되면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니면 적극적으로 '부당거래' 속 미술관은 어디일까 하는 퀴즈를 신형 자동차 경품을 걸고 공모해 보라고 건의라도 해볼까?
이제 공공미술관에서도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때다. TV나, 대형매장, 일간지, 거리 곳곳에 우뚝 선 건물에 붙은 홍보물들은 이미 생활 속 또 다른 예술이 되었다. 앤디 워홀, 클림트, 고흐 등 유명한 예술가와 작품은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 감성홍보로 활용되는 '아트마케팅'이 대세인 것이다.
미술관도 대중의 입장에서 홍보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변화되어지는 문화적 상황과 인식을 제쳐두고 짜여진 전시와 교육만을 고집하는 공공미술관에는 대중들의 발길이 허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명심해야한다. 대중의 마음을 고려치 않은 전시행정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된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때 시대가 요구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 대중들의 관심과 애정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미술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촬영이 공공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성찰의 계기로 생각하고 '부당거래'가 개봉되면,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 속 이응노 미술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공광식 이응노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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