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때문에 체면 구긴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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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때문에 체면 구긴 '장마'

10년간 6~7월보다 8~9월 강수량 높아… 기후 불안정 원인 커

  • 승인 2010-06-21 18:07
  • 신문게재 2010-06-22 7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장마의 기본공식이 깨지고 있다.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라고 알려진 전통적인 장마철보다 그 이후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경향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1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2000~2009년) 연도별 충청권 강수량 분포를 살펴보면 장마기간 보다 8~9월 강수량이 많은 해가 유난히 많았다.

실제 지난 2000년 대전지역 6, 7월 강수량은 각각 238.3㎜, 470.6㎜인데 반해 8, 9월은 473.6㎜, 263.2㎜로 나타났다.

2002년 8월에는 대전에 538.8㎜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이며 그 해 6~7월 강수량 합계의 2배가 넘었다.

2008년 강수량도 6~7월 401.7㎜인데 반해 8~9월은 410.7㎜로 장마철 이후에 강수량이 더 많았다.

충청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천안지역도 같은 기간 5번이나 8~9월 강수량이 6~7월보다 많았고, 보령은 4번, 부여·금산·서산 지역 역시 각각 3번씩 장마철 이후에 강수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00년 8월 보령 701.5㎜, 서산 608.1㎜, 부여 543.0㎜, 2002년 금산 551.0㎜, 2002년 대전 538.8㎜, 2003년 대전 576.3㎜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였다.

장마철 이후에 강수량이 더 많은 경향을 보이는 것은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현상이 잦아지자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장마의 시작과 끝을 예보하지 않고 있다.

장마철 이후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이유는 한반도의 온난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온대기후 지역인 우리나라가 점차 아열대 기후처럼 변하면서 장마기간 이후 스콜(squall)성 집중호우 현상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5년 9월 17~18일에는 충청권 전역을 뒤덮은 비구름 때문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고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당시 연기 265㎜, 예산 253㎜, 천안 215㎜ 등 충청권 대부분의 지방에서 200㎜ 이상의 강수량을 보였으며 예산에는 시간당 94.5㎜라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 기간 이후에 강수량이 많아지는 원인은 딱히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없고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한반도가 온난화되면서 대기 중에 포함하는 에너지가 많아지고 국지적인 기후 불안정 요소가 자주 생기면서 한여름 이후에 강수량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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