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고정관념 중 하나가 여성, 특히 가정주부들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속칭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주부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아줌마라는 호칭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담고 있는 호칭은 아니며, 그 호칭이 주는 이미지도 그리 긍정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랫동안 개그프로에서 아줌마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매사에 억척스럽게 들이대는 캐릭터로 묘사되어 왔다. 너무 심하게 폄하했다 싶으면 프로그램의 말미에서는 아줌마의 그러한 특성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도로에서 여성운전자가 교통규칙을 꼬박꼬박 지키며 주행하거나 천천히 가는 경우 남성 운전자들이 꼭 내뱉는 말이 있다. “어쩐지…!! 여자가 운전하는 차인줄 알았어.” 더구나 그 여성운전자가 기혼여성으로 보일 때에는 한 마디 덧붙인다. “아줌마가 집이나 지키고 있지. 왜 차를 끌고 나와서 길을 복잡하게 하는지….”
소위 아줌마라 불리는 계층에 대해 이와 같은 고정관념이 형성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원인들 중의 하나는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다.
주부를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피부양자로서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본다면 여성의 가족이나 사회에서의 지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가사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않는 한 주부에 대한 고정관념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여성에 대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도 더욱 굳어질 것이다.
보험회사는 전업주부에 대한 배상액이나 손해액을 결정할 때 노동상실 수익액 산정을 위한 월 소득과 월 근무일수 및 정년연령을 무직자에 준해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은 1일 평균 14시간이다. 사실 주부에게는 24시간이 근로대기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주부는 가족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집안 일을 하지만 가사노동도 분명 노동이고 생산활동임에 틀림없다. 다만 가사노동은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근로가 아니기 때문에 그 가치가 폄하되고 있을 뿐이다.
현대의 지식정보산업사회에서 주부들은 오히려 가장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적응해 나가는 계층이다. 속칭 아줌마들이 아파트나 학부모 모임, 친인척들로부터 얻는 정보력과 네트워킹은 막강하다.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중 어떤 계층보다도 주부들은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합리적 소비생활을 한다. 주부의 심신이 무너지는 순간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주부는 본능적으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경험상 충동적 소비도 하지 않는다.
아줌마에 대한 고정관념은 구태의연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외부에 의사표시로 표출하거나, 방송 등에서 희화(戱畵)시켜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횡포다. 어떤 계층이 결집하여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여 그 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아줌마는 우리 사회에서 소리없이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계층이므로 가정과 사회에서 평가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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