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이응노미술관에서 작품을 분실했다 찾은 지 얼마 되지않은 시점에서 같은 일이 발생함에 따라 작품 관리 등 미술관의 기본적인 업무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지역 예술계에 따르면 작품분실과 관련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관 관리체계에 대한 정비가 더욱 시급하다.
10년 넘도록 미술관이 내부 관리체계에 대한 연구가 없었기에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시 기획에 대한 발전에 비해 미술관 본연의 업무에 대한 효율성 연구에 대해서는 미비했다는 것.
최근 국공립 미술관들은 내부 조직도를 세분화하고 있다. 홍보, 교육, 작품관리, 전시, 행정 업무 등 미술관의 역할이 다양해진 만큼 조직을 나눠 전문성을 살린 것. 이에 비해 지역은 한 학예사가 전시 기회는 물론 다른 업무도 동시에 진행, 업무 과중으로 전문성을 살리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 예술인 A씨는 “문화 저변확대를 이유로 전국에 우후죽순 미술관이 생겼다”며 “운영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미술관이 생겨났으니 문제가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일도 그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전시기획만 두드러진 탓에 미술관 본연의 업무가 소홀히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외부로 보이는 전시기획에만 치중해 작품 연구, 소장품 보존, 작품 수집, 교육 등 미술관의 기본적인 업무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
예술인 B씨는 “미술관 성과가 전시 기획으로만 평가되니 수장고 등 다른업무가 기피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각자 본연의 업무에서 온전한 평가가 이뤄져 미술관의 기초를 다지는 학예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예사들의 신분 문제도 부각됐다. 전문성을 살려야 하는 업무지만 단기 계약직 신분으로 담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예술인 C씨는 “소장품의 가치를 환산하면 수천억이 될 수도 있는데 이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라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의 신분으로 학예 업무를 담당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이번 작품 분실사고가 미술관 전체의 문제로 여겨지면서 장기적 계획을 통해 미술관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이고 있다.
예술인 D씨는 “사고에 대한 징계보다도 내실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차적 세미나 등 의견을 담아 제시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