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사태가 여전한데 다, 서남부권 도안 신도시를 필두로 입주 시즌에 돌입하면서 중·대형 아파트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둔산 불패의 대표격인 크로바 아파트의 매매가가 상반기에만 1억 원이나 빠지는 등 대전 부동산시장의 상징이었던 '둔산'의 아성(牙城)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크로바와 목련, 한마루, 햇님 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상반기부터 소형은 물론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거래가 뚝 끊기면서 매매가 급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20년 가까이 된 1632세대의 크로바 아파트의 경우 최대 1억 원까지 떨어지면서 둔산시장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리모델링한 188㎡(57평)의 매매가는 현재 7억(3층)~8억 원(8층)이다. 상반기 동안 1억 원 정도 떨어졌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측의 설명이다. 155㎡(47평)는 6억 원대(9~10층)로 5000만 원이 빠졌고, 135㎡(41평)의 매매가 역시 5000만 원 정도가 떨어져 5억 원대(7~13층)로 거래가가 형성됐다. 119㎡(36평)와 102㎡(31평)의 경우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지만, 그래도 1000만~3000만 원 정도 빠졌다.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매물은 쏟아지지만, 거래는 한 달에 한 건도 없다고 보면 될 정도”라며 “대외적 악재도 있지만, 그동안의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바 아파트와 함께 둔산 시장을 주도하는 목련아파트(1993년 입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158㎡(48평)의 현재 매매가는 5억 5000만 원으로, 상반기와 비교해 3000만~4000만 원 정도 하락했다. 138㎡(42평)의 가격은 4억 5,000만 원(7층), 122㎡(37평) 3억 6000만 원(11층) 정도에 거래되고, 92㎡(28평)의 매매가는 2억 7,000만 원 안팎이며, 모두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크로바와 목련 아파트와 같은 학군에 있는 한마루와 햇님 아파트 역시 하락하는 등 둔산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4대 아파트'의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
주목할만한 건 이 같은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미분양주택이 2567가구(5월 31일 기준)에 달하고, 도안 신도시 16블록 엘드수목토(1253가구)를 비롯한 유성자이(350가구), 목동 더?(633가구), 도안 6블록(854가구), 대신1지구(897가구) 등의 입주가 하반기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신규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많은 거품으로 신규 물량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데 다, 입주 시기가 20년 가까이 되면서 메리트를 잃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전 부동산 시장의 지각변동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둔산도 이제 서서히 동구와 중구처럼 재생 사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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