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2009년 대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 오후 6시 이후 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범죄발생건수는 40만 3226건으로 전체 범죄발생건수의 53.2%를 차지했다. 살인은 618건(55%), 강도는 4827건(61%), 강간 8226건(54%)으로 강력범죄가 특히 심야시간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치안력 공백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통계다. 24시간 집회 허용이후의 범죄발생 증가에 대한 대책 또한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과 함께 신중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집회건수는 1만4384건으로 참가인원은 309만 2668명이었으며 동원된 경찰력은 284만 9040명이었다. 촛불집회의 경우에는 1일 5000명에서 1만3000명 정도의 경찰력이 투입된다고 한다. 민생치안과 질서유지에 활용되어야 할 경찰인력과 장비가 집회 현장에 과도하게 동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4시간 집회가 허용된다면 집회 참여인원과 동원되는 경찰력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치안공백과 국민의 세금이 시위진압에 낭비될 것은 누구나 예측가능하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또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칼날의 양면처럼 보장받아야하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지켜져야 할 행복추구권, 생존권, 공공의 권익이 대립한 다면 양자의 조율과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밀의 말대로 '인간은 자유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공동체 안에서 자유가 향유되어질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불과 2주일 여 후 야간집회가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전면 허용될 경우 시민의 숙면권(熟眠權)이 침해받거나 생업에 지장을 받는 일이 예상되고 있다. 그로 인해 빚어질 개개인의 피해는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에 쏟아질 민원과 그로 인한 업무 과중은 질서 및 치안 유지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국회의 본연의 임무는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이다. 또한 국리민복을 위한 여야간의 적절한 절충도 국회가 갖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지방선거에 몰두한 나머지 국민의 생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중대한 사안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만 내세운채 외면하는 것은 국회로서의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하루속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절충이나 타협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집회 시위를 통해 보장 받고자하는 권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생명, 신체,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면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해 나아가는 것도 민주주의 발전의 모습이다. 국회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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