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 여전히 '동네북'

지역 출동대원 폭행 잇따라… 대전 8년간 18건 골절 등 중상자 속출·응급환자 이송지연 '아찔'

지난 4월 10일 오전 4시께 동부소방서 A소방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덕구 신탄진동 주택가에 구급출동을 나갔다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소방사는 현장에 도착해 환자를 확인하던 중 취객으로 보이는 일행 1명이 구급차 보닛 부분을 발로 차자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가슴 부위를 3회 폭행당했다. 소방관을 폭행한 30대 남자는 수사당국에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오후 4시 50분께 서구 둔산동에서 서부소방서 한 구급대원이 신고자인 술 취한 50대 남자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119구급대원들이 공무집행 중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0년 5월 말까지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모두 18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03년 1건, 2004~2006년 각각 2건, 2007~2008년 각각 4건, 2009년 1건 등이다.

올 들어서도 벌써 구급대원 폭행사례가 2건 접수됐다.

주로 술에 취한 신고자들이 저지르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때로는 일행들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골절 등 중상을 입는 소방관들도 종종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10월 28일에는 궁동구급대 모 소방관이 만취해 다리 위에 쓰러져 있는 시민에게 귀가하도록 권유했지만 휴대폰으로 맞아 광대뼈가 골절되기도 했다.

구급대원에 대한 폭력행사는 응급환자 이송에 장애를 주기도 한다.

지난해 5월 13일 동구 용운동 모 아파트 사거리에서 원동구급대 소속 소방관이 환자 응급처치를 하고 있을 때 인근에 있던 시민 3명이 이를 방해하면서 병원 이송이 30분 가량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구급대원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자 소방당국은 구급대원 폭행, 폭언방지를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부소방서는 17일 오전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급대원 폭행ㆍ폭언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캠페인에서 참석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순회하면서 '구급대원 폭행은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확산에 나섰다.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구급대원 폭행 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