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소비자들은 이제 현란한 광고에 현혹되기보다는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동료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에 의존해 구매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 실제로 사이버상에서 소비자들의 기업과 제품의 평가는 일상화되고 있다. 이것이 지금 글로벌 사이버시스템 속에서 번지고 있는 소비자들 간의 협력적 소비행동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고객들을 위해서, 또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기업을 홍보해 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메가 트렌드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이나 TV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극을 주면 소비자들은 자동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고전적 신화에 매달려 있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이 아닐 수 없다. 50대나 60대 이상의 계층에서는 그러한 고전적인 촉진행태가 효과를 발휘할지 모른다. 그러나 40대 이하에서는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6·2 지방 선거를 통해서도 잘 나타났다.
이제 기업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이 지인들의 추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율이 9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70%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서 구매의사결정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매체광고가 위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가? 그 이유는 값비싼 연예인을 동원한 매체광고 비용이 모조리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있으며, 그런 기업일수록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데는 소홀하다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교환가치를 초과하는 비용은 이제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든지 아니면 가난의 구제 같은 올바른 일에 투자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교육자들은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선한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는 사회적으로 바르지 못한 일을 하는 기업들의 제품이 왜 나쁜지를 설명하는 글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변화에 대해 기업들이 긴장하지 않고 여전히 매체광고 정도로 헤쳐 나가겠다는 발상은 안이한 현실인식이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기업운영의 철학을 바꾸고 소비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전환이 요구된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공격을 받았지만 충격을 흡수하면서 시장을 되찾고 있는 이유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선의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에서 공정거래 위반혐의로 피소되고 있지만 잘 버텨내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엄청난 돈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보호해주려고 하지만,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이익만 챙기려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공격을 가하는 신 소비자주권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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