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청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직장 등에서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 남아공은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7시간으로 현지에서 오후 1시 30분~8시 30분 사이에 시작하는 경기를 우리나라에서 보려면 오후 8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3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축구팬들은 4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 빅게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TV를 시청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회사원 김 모(43)씨는 “16일 새벽 북한과 브라질 경기를 놓치기 싫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TV를 시청했다”며 “이 때문에 이날 하루종일 쏟아지는 졸음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영업사원 정 모(35)씨도 “회사 업무 차 차를 몰고 지방출장을 가는 데 졸음운전 때문에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 했다”며 “월드컵 경기를 늦게까지 챙겨보다 보니 짧아진 수면시간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 증후군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학생에까지 미치고 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업에 매진해야 할 시기지만 월드컵 때문에 시험공부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대학생 강 모(21)씨는 “지난주 전공과목 시험을 앞두고 한국팀의 거리응원을 나갔었는데 한국팀이 승리,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는 바람에 시험을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축구경기 TV시청 시 흥분을 자제하고 수면시간 보충, 대중교통 이용 등을 당부하고 있다.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진규 교수는 “월드컵 경기 시청 중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과도한 흥분 탓에 맥박 및 혈압이 상승하고 가슴 통증,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관전 중 음주, 흡연을 삼가고 지나친 흥분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월드컵 시청으로 수면이 불충분할 경우 생체리듬이 깨져 집중력이 저하돼 일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경기 전 미리 잠을 자두거나 경기 후 바로 잠자리에 들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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