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훈 배재대학교 총장 |
이처럼 이번 월드컵은 우리 국민들에게 화합과 행복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생각 할수록 고마운 월드컵이다. 월드컵 경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여러 날 동안 많은 국민들은 잠을 설치고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행복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들 자신이 희망하는 일을 신명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들에게는 신명나는 일들이 많지 않았다. 세종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으로 국민 모두를 경악케 하더니, 이제는 온갖 협박을 다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일이 이쯤 되니 국민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 불편한 심기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확실하게 들어났다. 국민들의 표심은 정확한 민심이다.
그 민심은 언제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고 해서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그동안의 일들을 돌아보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원인 분석을 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표를 많이 얻었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 그 표는 언제든 지 자신의 곁을 떠난다는 것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공자는 일찍이 “하늘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고(順天者存), 하늘에 거슬리는 자는 망한다(逆天者亡)” 고 말했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듯이 여기서의 하늘은 곧 민심과도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민심을 얻으면 살고, 민심에 거슬리면 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평범한 진리다. 이 말은 비단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삶과 행동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민심을 얻기 위해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섬김이라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긍지를 갖고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것 자체가 섬김이다. 그 섬김의 진리를 망각하면 민심은 바로 등을 돌린다는 점을 올바로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우리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좋아하는 정치를 해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국민들이 싫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월드컵 축구를 보며 밤새워 응원해도 신명나듯이 나라에서 하는 일을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의 응원 문화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매우 천재적이고 이성적인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인들과 똑같은 축구 응원을 해도 우리 국민들은 남다른 새로운 응원 문화를 창조해낸다.
붉은 옷을 입고 일사불란하게 북을 치는가 하면, 대형태극기를 펼치기도 한다. 응원가 또한 현실에 맞게 수시로 변한다. 머리에서는 도깨비불이 번쩍이기도 한다. 남다른 응원 도구는 수시로 개발된다. 그뿐이 아니다. 응원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쓰레기는 되 가져가는 도덕성도 갖추었다. 이러한 응원문화에 대해 외국인들도 감탄을 한다. 심지어는 똑같은 복장과 응원 도구를 갖추고 함께 응원을 해주기도 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국민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국민들을 더 이상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새롭고도 참신한 목표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일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판에서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일하며 꽹과리를 두드릴 때 월드컵 응원 문화의 교훈은 이 나라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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