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조별 1차전이 펼쳐지던 지난 12일, 조남중(68·부여) 탑산1리 이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불을 껐다.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공중파 방송 중에도 KBS와 MBC만 볼 수 있고 SBS는 전파가 약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결국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날 월드컵 경기 시청을 포기했다.
조남중 이장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경기 다음날 전해 들었다”며 “원활한 경기 시청을 위해 마을 공동 안테나 등 기본 시설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가 독점중계되면서 충남도내 난시청 지역 주민들은 태극전사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시청자본부 난시청서비스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충남도내 전체 세대수 81만 7836가구(2009년말 기준) 가운데 28만 1024가구가 난시청으로 인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도와 경북, 전남에 이어 가장 많은 것으로 도민 가운데 20%이상이 월드컵 시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도민들은 경기 시청을 위해 유선방송이나 위성 방송을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고령의 농어민들이 시청료 등을 이유로 가입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 TV시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여군 임천면 1600여 세대 중에서 95가구를 비롯 도내 곳곳에서는 난시청으로 월드컵 경기 시청을 포기하거나 유선방송 신청 가구 등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정모(59·청양)씨는 “온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응원하는 이때 TV가 나오지 않아 동참하지 못해 아쉽다”며 “독점 중계를 하려고 했으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시설 지원 등을 해놓고 중계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일부 도민들이 월드컵을 시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난시청 지역 해소를 위해 꾸준히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월드컵 경기 시청을 위한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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