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기 대전전민고 교사 |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 무차별적으로 투여되는 일련의 교육정책을 받아들이는 일선현장 교원들의 체감 온도는 매우 차갑게만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교원정책은 교원 간에 불신만 초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육계의 비리는 당연히 철저하게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도매급으로 모든 교원들을 매일같이 언론에 올려놓고 흔들어대기 때문에 교권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마치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인 양 왜곡되어 비춰지고 비리의 주범인 것처럼 눈총을 받고있는 많은 교원들이 학부모나 학생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다. 정도를 걸으며 학생 교육에 정열을 쏟아온 교원들까지 힘들어하고 있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시급히 요구되는 교원 잡무경감, 수업시수 감축, 교원 증원, 교원 사기 진작 등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교육현장 여론을 무시하는 교장 공모제 확대, 성과금 차등 폭 확대, 수업공개 의무화, 교장 재산 등록, 에듀파인 등 교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잡무만 늘려놓는 보여주기식, 여론몰이식의 비현실적인 교육정책은 시급히 폐기되거나 대폭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교원들의 속깊은 생각이다.
교직원들과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가며 열심히 학교운영을 해오던 교장이 의욕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다.
교원은 사기를 먹고 산다고 한다. 어깨가 축 늘어진 상태로 학생들 앞에서 교권이 바로 설 수 없는 것이다.
교장과 교감의 그 영향을 암암리에 교사들이 받는다. 교장 연수를 받고 있는 교감들은 사기가 꺾여 연수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침체돼 있다 한다. 학생교육에 열의를 쏟아 부으려하는 교사들이 줄고 있다. 교육력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공교육은 학부모들로부터 점점 정부의 교육정책에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면서 학교 현장에 정부의 공교육에 대한 정책 방향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에 몰린 공교육을 조금이라도 되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가 교육자로서의 높은 자긍심과 책무성을 가지고 전심전력으로 매달려야 할 판에 이처럼 비정상적인 세태를 한탄하며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으니 어쩌자는 것인가.
요즘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학교 현장을 함부로 다룰 경우, 세상 돌아가는 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다수의 선량한 교원들이 입는 정신적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개혁의 칼을 쥐고 마구 휘두르는 데서 오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그 피해는 학생 교육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이들이 누구인가? 누가 뭐라 해도 교육의 힘이다. 교원을 죄인 다루듯 하면 안된다. 교원도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지만 교원 존경 풍토 조성은 사회와 국가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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