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균식]적는 자가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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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균식]적는 자가 생존한다?

[사이언스칼럼]채균식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책임기술원

  • 승인 2010-06-14 14:34
  • 신문게재 2010-06-15 21면
  • 채균식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책임기술원채균식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책임기술원
인간의 뇌는 기억과 망각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 기억이란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며 다시 불러내는 회상의 기능을 말한다. 인간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기억해야 할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 채균식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책임기술원
▲ 채균식 표준연 국가참조표준센터 책임기술원
그러나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점차 쇠퇴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며칠 전의 일들조차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쇠퇴하는 기억력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가 기록하는 일일 것이다.

연구자에게 있어 기록은 특히 중요하다. 연구자는 연구결과로 생성된 측정데이터, 영상정보, 단어 등을 의미 있는 형태로 기록해 둠으로써 자신의 논문이나 특허, 기술이전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과정 중에 획득한 정보나 연구결과물을 개인은 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록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문화나 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는 단기적인 연구성과를 중요시하는 연구풍토 탓도 있겠지만, 연구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습관이 연구자 개개인에게 부족한 때문이기도 하다.

몇 주 전에 필자는 대덕특구에 있는 모 연구기관 기관장의 '적자(紀錄·Documentation)·생존(生存)'에 관한 세미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내용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 기록하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최고의 조선설계 및 건조기술 능력을 갖추게 된 것도 선박 건조설계 기술자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국가연구개발비용으로 연간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할 수 있다면, 이러한 데이터를 국가산업 발전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중복실험을 방지해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데이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도와 신뢰도에 대한 과학기술적인 평가를 통해 데이터 품질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지원으로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측정데이터와 관련정보의 체계적인 관리와 품질평가를 위해 국가참조표준사업을 지난 2006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참조표준이란 측정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해 모든 분야에서 널리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공인한 표준데이터(Standard Reference Data)를 의미한다. 즉, 품질이 보장된 기준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참조표준데이터가 일반적인 과학기술데이터와 다른 점은 해당분야의 전문가 평가를 거쳐 데이터의 품질을 보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산업체와 보건의료 분야 등의 수요를 반영한 국가참조표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삶의 질 분야의 참조표준을 개발해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현장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맞춤형 참조표준을 개발해 보급하는데 역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미래학자들은 이미 세계가 지식에 기반한 사회에 진입하고 있음을 알린 바 있다. 적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촌철살인과 같은 지적에서 필자는 적자생존의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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