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현장 주변 곳곳에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비닐봉지, 응원 도구 , 맥주 캔 등 각종 쓰레기가 뒤범벅이 돼 나뒹굴었고 악취까지 진동했다.
이곳에서 만난 환경미화원들은 주워도 표시가 나지 않는 쓰레기에 한숨을 쉬며 힘겹게 거둬들이고 있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서대전 시민공원에서만 하루사이에 2.5t 차량 세 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 상태”라며 “응원을 벌인 뒤 일부 시민들이 쓰레기를 가져가거나 모아 놓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 쓰레기를 치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박동훈(30)씨는 “한국의 승리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을 펼쳤지만 응원 뒤 남겨진 쓰레기를 보니 부끄럽다”며 “우리의 응원 문화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게 정말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공동 응원전이 펼쳐진 월드컵경기장도 응원이 끝난 후 쓰레기장으로 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1만 5000여 명이 입장한 월드컵경기장은 관중석 뿐만아니라 경기장 밖 주차장까지 먹다 남은 음식물과 응원도구 등 시민들이 버린 쓰리기로 몸살을 앓았다.
대전시시설관리공단은 청소요원 25명을 투입해 긴급 수거에 나섰지만 경기장 안팎에 걸쳐 쓰레기가 산재해 수거에만 이틀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드컵경기장 청소요원 박옥희 씨는 “지난 밤에 음식을 가지고 왔던 가족단위 응원객들이 쓰레기를 모두 버리고 간 것 같다”며 “응원전이 아니라 쓰레기버리기 대회를 본 듯하다”고 혀를 찼다.
시민 정현식(45)씨는 “한번쯤은 순수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모습을 되돌아 봐야한다”며 “다음 응원부터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임병안·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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