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집단대출을 늘려 영업실적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다 대출금리가 낮아 주택구입 목적보다 생활안정용 자금으로 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2조원에서 5월 2조3000억원으로 증가규모가 오히려 확대됐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달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598억원으로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기업은행도 2979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신한은행 778억원, 우리은행은 400억원이 늘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대부분은 신규분양과 관련한 이주비, 중도금, 잔금 용도로 대출을 받는 집단대출이란 것이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들은 올 초까지만 해도 아파트 입주율이 떨어지고 이주비, 중도금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집단대출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집단대출은 대단지 고객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어 개별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지만, 은행들이 할인경쟁을 자제하면서 지난 2월에는 두 가지 대출금리 간 격차가 0.3%포인트대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집단대출 금리는 3%대 후반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현재 주택담보대출금리(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인 4% 후반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들은 역마진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기존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이나 운전자금을 마련하려는 고객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거래가 없기 때문에 개인 고객의 주택담보대출은 줄고 있는 상태로, 이를 집단대출을 통해 커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을 다른 은행에 빼앗길 수 없어 역마진을 감수하고도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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