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진전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모습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모습들도 여전히 보였다. 모든 후보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TV 토론회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일관하는 네거티브 전략 일변도의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돌리는 명함을 한번 읽어보지도 않고 길바닥에 그대로 버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보면서 아직도 선진적인 선거풍토가 정착되려면 멀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보자들의 유세방식은 탄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인기가수의 유행곡을 번안해서 자신의 홍보곡으로 사용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확성기로 틀어대며 가공할 소음공해를 유발했던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앞으로 이런 유세방식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할 것이다. 홍보곡은 하루에 몇 번까지 틀 수 있으며 소음 데시벨은 얼마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규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보다 세련되고 정숙한 선거 유세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자신의 공약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골목연설', 예를 들어 큰 광장이나 사거리가 아니라 동네의 골목길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후보자들이 주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탈권위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선거는 이제 끝났다. 아무쪼록 다음 선거에서는 지난 선거보다는 좀 더 성숙한,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민주주의의 정수이자 축제의 장인 선거를 문화시민들이 앞장서서 세련되고 발전적으로 가꿔 나가자. /길선주 시민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