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 |
아무도 살지 않는 황무지가 있었다. 그곳에 누군가가 정착하여 살기 시작했다.이곳의 소식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정착하여 여러 사람들이 공동체를 구성했다. 이제 이곳은 황무지가 아닌 마을이 되었고, 그래서 이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한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문화도 그러하다. 누군가 어떤 행위를 했고, 그것을 다른 누군가가 따라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행위를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후세 사람들이 하나의 형식으로 인정하였다. 이때 바로 그 행위가 문화로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러움이며, 둘째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행사성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으로 심는 것을 의미한다. 곧 문화로 자리매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적 행위가 행사성으로 끝나지 않고, 일정한 기간이 흐른 후 그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의 하나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를 심는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목척교 주변에서는 매일 저녁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말과 휴일에는 전시와 이벤트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이 목척교 생태하천 복원을 계기로 원도심활성화의 일환으로 구 중구청의 우리들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문화행위를 으능정이를 거쳐 목척교 주변까지 확대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복원된 목척교는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천변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은행교는 나무로 리모델링되어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목척교 주변의 문화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10여일이 지난 후부터는 매일 저녁 찾는 이가 많아졌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저녁 산책코스가 되었고, 주말과 휴일에는 가족과 연인과 함께 찾는 장소로 자리매김 되어가고 있다. 특히 공연과 전시가 은행교 다리 위에서 이루어지면서 은행교는 '예술의 다리(Bridge of Art)'가 되었다. 특별히 공연무대를 만들지도 않았고, 귀빈석도 없다. 공연단체도 프로부터 아마추어단체까지 다양하다. 장르도 클래식부터 통기타, 록밴드, 아코디언밴드까지 다양하다. 왠지 공연이라기엔 형식이 없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상 삶의 문화로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이번 문화행위는 행사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두 달간 이루어진다. 두 달간이란 기간을 통하여 하나의 거리문화로 인식시키기 위한 기획이다. 은행교가 예술의 다리로 자리매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시에서는 지속적인 유도지원이 요구된다.
목척교 주변 문화행위는 그곳이 일상 삶의 문화행위 장소로 자리 잡게 하기위한 문화심기작업이다. 이제 씨앗을 심었기에 자리잡기 위한 일정기간이 필요하다. 즉 가꾸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우리 모두의 참여가 요구되는 행위이다. 은행교에 문화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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