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의 눈] '한글로 소통' 상해엑스포 한국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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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의 눈] '한글로 소통' 상해엑스포 한국관 가보니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일부 입장객들 볼멘소리 통닭은 무 맛? 황당한 글귀만 빼곡

  • 승인 2010-06-10 14:20
  • 신문게재 2010-06-11 11면
  • 이용우 객원기자이용우 객원기자
“머리에 열이 많으면 머리가 빠진다, 더울 때는 등목이 최고다, 뒤축이 닳지 않는 구두를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다, 20년 후에도 신문이 발간될지 궁금하다,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다음날 꼭 머리가 가렵다, 파 송송 잘 끓인 라면을 당해낼 음식이 없다, 마흔이 넘어서 무릎이 아프면 살을 빼는 것이 좋다, 남자들은 대체로 피부가 맑은 여자를 좋아한다, 붐비는 식당이 맛있다….”

한글을 통해 소통과 융합을 표현했다는 중국 상해엑스포 한국국가관 내외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문장들이다. 지난달 1일 개막해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상해엑스포는 전 세계 192개국이 참가했으며 국제기구들과 기업관, 도시관 등으로 구성된 엑스포 사상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는 이중 한국국가관과 기업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관은 '프렌들리 시티, 컬러풀 라이프'를 주제로 한국문화의 다채롭고 융합적인 특성을 기호와 공간이 융합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특히 3만8000개의 타일에 한글과 그림을 넣은 아트픽셀을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국가관은 언론을 통해 다양한 한글의 자모가 건물의 외벽을, 예술가가 직접 쓴 글자들이 내벽을 장식하고 전체 외관도 거대한 한글의 자모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자모가 결합하면서 다양한 모양과 소리를 만들어 내는 한글이 소통과 융합을 강조하는 엑스포 현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실제 타일에 적힌 글들을 읽어보면 한글의 아름다움과 소통, 융합을 의미하기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온다.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이선정(25)씨는 “상해엑스포장에 한국관이 있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4시간을 기다려 들어왔는데 무릎이 아플 때 살을 빼면 좋다, 나처럼 얼굴 큰 사람이 안경을 쓰면 얼굴이 훨씬 작아 보인다, 고려 평양호텔의 샹들리에를 떼불알이라고 한다는 등의 글귀가 적혀 있어 어이없고 민망하기까지 했다”며 “이게 무슨 한글의 아름다움이며 세계인과의 소통인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를 주제로 한 한국관 내벽은 설치예술작가 강익준 씨의 작품으로 3만8000개의 글자로 구성한 110개의 단문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우호와 소통의 메시지를 준다는 취지다.

상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 김석봉(47)씨는 “중국 친구들과 한국관을 방문했는데 '얼짱 사진각도는 45도가 아니라 48도라고 한다, 프라이팬은 뜨거울 때 닦아야 한다, 전기통닭은 무 맛이다'라는 글을 가리키며 무슨 뜻이냐고 물어와 설명하기 난감했다”며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비싼 입장료가 아깝다”고 얼굴을 붉혔다.

상해엑스포 입장료는 평일 일반표가 160위안(한화 약 3만원)이며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 국가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4시간 이상 기다려야할 만큼 관람객이 많다.

/중국 상해=이용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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