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국제정치학에서는 국제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을 이론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분류한다. 현실주의(Realism)와 이상주의(Idealism). 현실주의는 탱크, 군함 그리고 비행기 등 무력과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두고 상대 국가를 제압해 평화를 유지하는 방식이지만, 이상주의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국가 간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공화당의 외교정책은 현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중동평화문제를 비롯해 이라크, 아프간 문제를 부시 대통령처럼 힘의 우위를 토대로 전쟁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이상주의적 외교전통을 가진 민주당은 카터나 클린턴 대통령처럼 중동평화협상, 특사 파견 등 외교적 수단을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남북관계를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시각에서 분석해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이상주의적 시각에서 남북정상회담, 금강산 관광 그리고 개성공단 등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가는 방식을 택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북한 당국과 대화보다는 힘의 대결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궁지에 몰려 위협을 느낀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이명박 정부가 택하고 있는 현실주의가 대한민국에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지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의문을 게임이론 시각에서 보면, 현실주의 방식은 남한이 북한을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통할 수 있는 전략 즉, 이기는 전략은 남한이 쓰는 전략을 북한이 볼 때 남한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야 승복할 수 있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보다는 남한이 보는 손해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가진 게 없고 남한은 가진 게 많기 때문이다.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이 죽자고 싸우면 결과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잃는 게 더 크다. 그래서 우리는 조폭이 병원이나 호텔 등에서 소란을 피우면 같이 싸우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북한은 이런 게임의 구조를 간파하고 남한의 위협을 믿지 않고 있다. 남북한 긴장상태가 고조되면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외국인투자가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북한보다는 남한이 손해가 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중국과 미국이라는 세계 초강대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강대국도 한반도 균형이 깨져 중국과 미국이 직접 대립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남한의 위협이 남한에 이익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에 남한의 어떤 위협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굴복하지 않고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되어 정치적, 경제적으로 손해만 보는 결과가 온다는 것을 우리는 천안함 사태로 확인했다. 그 손해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지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이 지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해 금리가 올라가고,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가 어려워지고, 남북경협 중단으로 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희생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결국은 국민이 손해를 떠맡게 된다. 남북관계도 소통과 대화로 풀어가는 이상주의적 시각에서 다시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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