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황금 모조지폐' 유통 기승

中서 대량수입 '행운준다'에 솔깃… 구입 잇따라 한은 '영리목적 아니어도 처벌' 판매금지 요청

#1=회사원 박 모(33·서구 가수원동)씨는 최근 집 주변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절에서 나온 사람으로부터 5만원권 모조품을 구입하게 됐다. 박씨가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판매상의 끈질긴 권유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에 솔깃해 5000원을 주고 모조 지폐를 사고 말았다.

박씨는 5만원권 모조지폐를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지갑 안 다른 지폐와 함께 보관 중이다.

#2=주부 이 모(40·중구 오류동)씨는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행운의 황금지폐'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모조 지폐를 구매했다. 1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고액권을 소유하면 가정에 복(福)이 들어온다는 문구에 액자에 넣어진 5만원권 모조지폐 3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모조지폐 3장 가운데 1장은 본인이 보관하고 2장은 친구에게 선물했다.

최근 '행운의 지폐'라는 미명아래 5만원권 모조 지폐가 시중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저작권법상 영리목적이 아니더라도 모조 지폐 배포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5만원권 발행 이후 은행권 모조품(일명 '행운의 황금지폐')이 중국에서 대량 수입돼 인터넷 쇼핑몰, 판촉물 판매점 등을 통해 기념품 용도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이 모조 지폐는 은행권과 유사한 규격의 금속 또는 PVC 소재로 5만원권 앞면 도안을 동일하게 복제하고 금박으로 코팅해 제작한 것으로, 판매가격은 액면금액에 관계없이 장당 1000원부터 소형 액자에 넣을 경우 최고 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인천세관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저작권 침해여부 확인을 위해 총 11건, 약 25만장의 모조품을 적발했다. 지난 3월 이후 적발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은은 영리목적의 상품 디자인 등에는 화폐도안의 이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법상 화폐 도안을 이용해 상품을 제작, 수입,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은은 최근 은행권 모조품의 유통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모조품 수입업자에 대해 고소 조치를 취하고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에 은행권 모조품 화폐도안 상품 판매를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한은 관계자는 “'행운의 황금지폐'라는 이름으로 모조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영리목적의 상품제작 등에 화폐도안 이용행위에 대해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며 “영업목적이 아니더라도 모조 지폐를 배포하는 경우도 저작권법상에 위배 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