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을 담아낸 작품을 평가받는 개인전. 어느 예술인에게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유지'와 '변화'라는 갈등 속에서 홍상식(36) 작가는 단호히 변화를 택했다.
10일
▲ mouth white |
전시 마무리로 바쁜 그를 잠시 만났다. 지난 10월 만남 이후로 8개월 만이다. 당시 그는 석주문화재단이 선정한 젊은 작가로 선정됐다.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지역대 출신의 위력을 보여준 그. 겸손했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2년여 만에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엇을 보여줄까.
홍 작가는 “작품 뒤쪽에서 빛을 주어 색이 빨대를 통해 배어 나올 수 있도록 했다”며 “장식적 요소로 보이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작품을 극대화하기에 좋은 기법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가 작품에 빛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부 작품에서 빛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번 전시처럼 체계화하지 않았었다. 수 많은 빨대가 차곡차곡 쌓아올려 지면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속이 빈 빨대는 모여 선과 면을 이루는 '집합의 예술'이 된다. 여기에 빛을 더 했다. 빨대를 통해 배어 나오는 빛은 작가가 유도한 형상을 극대화 시킨다.
빨대로 작품을 만들어 온 지 만 7년. 하찮게 여길 수 있는 빨대가 그에게 소중한 재료다.
“정통 조각에 대한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재료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됐다. 제대 후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우연히 음식재료로 쓰인 국수에 관심이 갔다. 한 단면을 밀면 반대편으로 밀려나오는 국수 가락이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 경계 선상에서 발전한 재료가 빨대였다.”
'재료의 전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재료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 미술에서 그는 '빨대'라는 이색 소재로 새로운 예술을 표출하고 있다. 그가 빨대로 형상화하는 것들은 탐스러운 입술, 화려한 하이힐, 여성의 성기형태를 가진 꽃, 우아한 굴곡이 느껴지는 신체의 일부 등이다. 본능에 충실한 욕망의 상징들을 대담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소품 위주로 15점만 내걸린다. 공간에 비해 적은 작품 수다.
“이미지 변화가 많지 않아 빡빡하게 작품을 걸면 전해오는 느낌이 적은 것 같다. 작품 수는 적지만 보는 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관통되는 배경과 연계되는 색이 다르게 보이는 홍 작가의 작품. 제대로 감상하려면 우습지만 작품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여야 할 듯 하다. (042)867-7009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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