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이야기]대전 첫 목동성당 '고딕건축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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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이야기]대전 첫 목동성당 '고딕건축의 美'

  • 승인 2010-06-08 14:15
  • 신문게재 2010-06-09 11면
  • 이희준 대전대 교수이희준 대전대 교수
대전을 흔히 근대도시라고 부른다. 대전이 근대에 들어와서 도시적인 모습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1905년에 대전역이 개통되고 인근에 철도관련 건축물, 관공서, 관사 등이 지어지면서 점차 근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대부분 일제에 의해서 지어진 것들이었다.

▲ 고딕건축양식의 목동성당
▲ 고딕건축양식의 목동성당
때문에 일반적으로 '근대건축'이라고 하면 '일제강점기' 또는 '일제잔재'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돼 조금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서구의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진 건축물도 있었는데 그 중 성당건축물은 프랑스, 미국 등의 선교사들에 의해 직접 지어져 일제에 의한 제국주의 건축물과는 다른 건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에도 이러한 근대적 서구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성당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일제강점기였던 1927년에 건축된 대전 최초의 성당인 '목동성당'이다. 새로운 본당건물이 지어지면서 지금은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성당은 한국전쟁 동안 선교사와 양민 수 백 명이 학살되었다고 전해오는 우리의 아픈 기억이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건축 당시에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멀리 그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서 예전의 풍경을 느끼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목동성당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프랑스 선교사였던 무세신부(Mousset Germain, 1876~1957)에 의해 설계되었다. 때문에 당시 서양인의 눈으로 이해한 서구의 성당건축을 어떻게 한국의 건축기술로 한국의 실정에 맞게 건축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다.

이 건축물은 규모는 작지만 장식적 몰딩으로 마감한 출입구와 창문의 외벽 등 다양한 디테일을 표현하고 있으며,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오르려 하고 있는 첨탑과 버트레스(buttress·외벽에서 돌출되어 벽체가 쓰러지지 않도록 보강해주는 부벽), 기둥의 상부를 피나클(pinacle)로 마감한 외부기둥, 3랑식(내부공간에 2열의 기둥을 세워 '측랑(aisle)+신랑(nave)+측랑(aisle)'의 세 부분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구획된 바실리카식 내부공간, 반원통형의 베렐볼트(barrel vault) 형태로 된 천장 등에서 당시의 부족한 건축기술임에도 고딕양식의 요소를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목동성당은 전체적으로는 고딕건축양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과 경제적 형편으로는 제대로 된 고딕양식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창문의 아치와 내부천장은 끝이 뾰족한 첨두형이 아닌 반원형이고,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가 없이 플랫 버트레스(flat buttress)만 설치되었고, 내부 측랑은 평천장으로 마감하는 등의 부분적으로 단순화된 고딕요소의 표현은 오히려 이 건축물이 근대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듯 세련된 단순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고딕건축'이라고 하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같은 대규모 건축물만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도 관심을 갖고 본다면 우리의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훌륭한 근대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푸르른 녹음이 더욱 더 짙어가는 이 계절에 근대건축물과 함께 잠시 우리의 역사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이희준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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