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봉 한국특수메탈공업(주) 대표이사 |
어려운 논술시험처럼 끙끙거리다가, 또 다소 눈치를 보아가면서 내놓은 것이 3년차 미만의 직원들은 5배, 5년차에서 10년 근속자들은 7배에서 10배 정도를 사장의 '적정한' 급여로 대답했다. 장기근속을 하거나 직위가 높아지면서 사장의 급여를 후하게 쳐 주었는데, 그들의 말대로라면 사장 대접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대기업 임원과 CEO들이 스톡옵션을 통해 연봉으로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 대의 보수를 받는다는 보도가 나오면 사장의 급여를 더 높여야 한다는 말들도 내놓는다.
문제는 그렇게 우리 제조업의 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직원들의 급여도 넉넉하게 주고, 자녀들 대학 학자금도 대 주고, 직원가족들과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고, 우수사원은 국내외 대학의 연수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대표이사들의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벌어들이는 수익이 신통치 않다보니 그런 바람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아니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이익률은 계속해 감소하고 있다. 물건을 열심히 만들어 팔아도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국제적 경쟁이 보편화되면서 몇몇 기업은 아예 손해를 본다. 우리회사도 '평탄'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분 조업을 하는 아픔을 겪었다. 물론 헌신적인 직원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그런 고비를 넘겨 이제는 정상조업을 하고 있으며, 때때로 야간작업을 벌이고 있다.
원가를 절감하거나 매출을 늘려야 할 절박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월급날을 걱정하지 않아 본 사장이 있다면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월급걱정'을 우리네 보통 사장들은 다반사로 경험한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이 알게 되면 동요하고, 불안해 할까봐 일절 내색하지 않는다. 회사가 잘 돌아가면 '직원들이 잘 해줘서 그런 것'이고, 회사가 어려우면 '사장이 못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또 많은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직원들은 사장에 대해 양가감정(兩家感情)을 갖는다. 사장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우리사장 참 소탈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밥같이 먹을 사람도 없는 편협한 사람인가보네, 아 있으면 술밥도 좀 사고 그래야지 회사에만 붙어있는 방안 퉁수네. 그러니까 우리회사가 크질 못했지”라며 힐난하기도 한다.
회식자리에서도 삼겹살을 사면 '서민적인 식성'이라고 치켜 올리는 직원도 있겠지만, “항상 쪼잔하게 쏜다, 좀 거한데서 한번사면 안되나”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아마 후자 쪽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직원들의 인사를 받을 때도 그렇다. 좀 과장해서 관심을 표명하면 “지나치게 가볍다”라고 하며, 경직되게 인사를 받노라면 “거만하고, 까탈스러우며, 자기중심적인 모난 성격”이라고 단정한다. 뭐 이것 뿐이겠는가.
분명한 것은 대다수 중소기업의 사장들이 필자보다 더 열심히, 더 처절하게, 기술개발과 판로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정보와 기술을 얻으려고 나간 해외출장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름한 호텔이나 이코노미 석에서 잠을 청한다. 직원들이 상을 당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야 한다. 때로는 노총각 직원의 결혼까지 챙겨줄 만큼 오지랖이 넓어야 한다.
사람들은 되묻는다. “그렇게 힘들고, 외롭고, 어려운 일이라면 사장은 왜 하나, 우리가 모르는 '꿀 단지'가 있으니까 사업 하는 것 아니겠어.” 바로 여기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사장의 적정한 보수는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면, 받아야 할 급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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