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육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목격담은 소설 같은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저자가 사회부 기자처럼 현장을 발로 뛰어 쓴 증언록인 만큼 이 책을 미리 접한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생생함을 이 책의 특징으로 들 정도다.
실제로 흥남철수 이야기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휴먼 드라마는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다는 것이 독자들의 증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6. 25 전쟁 60주년이라는 타이밍이 아니더라도 상식으로 알아도 유익한 이야기들이 많아 여러 모로 유용하다. 일진사/문창재 지음/400쪽/1만6000원.
▲콩하나면 되겠니=베스트셀러 ‘초정리 편지’의 작가 배유안의 첫 번째 저학년 동화인 이 책은 지네에게 물린 뒤 앓아누운 할머니를 걱정하던 아이가 부뚜막을 드나드는 개미 두 마리를 따라 들어간 개미 나라에서 할머니를 병들게 한 지네를 물리치고 돌아오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낮은 연령의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간결한 문장으로 돼 있다. ‘되똥되똥’ ‘찰방찰방’ ‘몽글몽글’ 등 의성·의태어가 자연스레 녹아있어서 읽는 맛을 더해준다.
책의 내용은 작은 것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소중한 지혜를 전해준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글자를 깨쳐가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소리 내어 읽기에도 맞춤하다.
친숙한 소재인 콩을 매개로 인간과 개미, 지네 사이에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화가 남주현의 웃음이 절로 나는 그림은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창비/배유안 동화, 남주현 그림/80쪽/8500원.
▲오래된 기억=이 책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한평생을 살아야 했던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들은 너무나 대조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잃어버린 채 한 가정에 종속되어 살아가야 했던 슬픈 그림자 같은 삶이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이 여인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제시대 부터 현대까지 이 거칠고 힘겨운 시대를 살아온, 여리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상에 엄연히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자신이라는 존재는 온전히 손에서 놓은 채, ‘어머니’란 이름으로 한평생을 살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련한 생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동안 잊고 있던 한 여인의 아름다운 추억과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생의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다. 못내 안아주지 못한 어머니의 삶, 그 슬프고 아련한 사모곡이 펼쳐진다. 한솜/김진진 지음/304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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