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간단한 형식이 반복되는 그림책이지만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재미를 찾아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를테면 1915년 한여름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신랑과 신부는 1918년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고 슬픔에 잠긴 부인의 그림으로 이어지는데 남편이 1차 대전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또 1926년 짚가리 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던 아이들이 1936년엔 유니폼을 입고 어색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입은 유니폼이 당시 파시스트 소년단(balilla)의 유니폼임을 알아내면 이탈리아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림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이 그림책은 더 즐겁고 풍성한 사생활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 사생활의 세계에 흠뻑 빠져, 어제로 오늘로 그리고 내일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나 볼 수 있다. 사계절/존 패트릭 루이스 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64쪽/1만9800원 /강순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