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리아스가 책으로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이 읽혀졌을까? 과연 영화만큼 많이 읽혀졌을까? 그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리아스를 소개 하고자 한다.
우선 이 작품의 의의에 대한 비평가들의 견해를 살펴보자.
1. 조우현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는 '호머의 작품(일리아스, 오디세이)은 전해 남은 것으로서는 서양 문예 작품 중 가장 오랜 것이다. 이미 온 그리스에서, 그를 최대의 시인, 극시의 시조, 웅변술의 본보기, 신학의 으뜸, 그 밖에 모든 문화의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로마 시대에도 그랬고, 로마가 멸망한 다음 1354년에 페트라르카가 그 사본을 얻기까지 약 1000년 동안을 빼 놓고는 유럽 전체에 이 시만큼 일반적인 영향을 준 문예 작품은 없었다'라고 평가했다.
2. 1950년대 미국에서 사상의 자유를 위한 도서관의 보호를 외쳤던 도서관학의 거두 로버트 다운스는 '일리아스(오딧세이 포함)를 고대 그리스의 신과 비교한다면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지혜의 여신 아테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비유가 가능한 것은 이 두 서사시에서 이후 모든 유럽 문학이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작품소개
일리아스는 기원전 1182년경부터 약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 중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 얽힌 이야기들을 서술하고 있는데, 10년 동안 일어난 일들을 단 50일 동안의 사건으로 압축해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처음은 자신을 무시하는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에게 화가 난 아킬레우스가 더 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트로이군의 최고 장수 헥토르를 죽이고 그 시신을 모욕하는 아킬레우스에게 프리아모스 왕(헥토르의 아버지)이 찾아가 간청한 뒤 아들의 시신을 다시 찾아와 장례를 치러주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전쟁에서는 신과 같은 용맹을 떨치는 장수이지만 동정심을 구하는 적군의 왕을 대면해서는 고향의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아킬레우스의 모습, 진정한 영웅이자 너무도 인간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아킬레우스의 모습은 이 작품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의 하나다.
내가 읽은 일리아스
내가 읽은 일리아스는 20세기 오스트리아의 청소년 문학작가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1973년에 쓴 것이다. 작가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놀랍도록 생생하게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들을 다시 우리의 기억 속에 불러 일으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를 일깨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레히너의 관심사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대에 3000년 이전의 머나 먼 다른 나라 작품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에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세 이후 서구 문명이 세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서구 문화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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