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보스턴의 베테랑 형사 토마스 크레이븐. 애지중지 키워온 딸 에마가 오랜만에 방문해 한껏 들떠있다. 몸이 좋지 않아 보이던 에마는 토마스가 보는 앞에서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경찰은 토마스를 노린 범행으로 단정짓지만, 토마스는 홀로 죽음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반갑다. 멜 깁슨. 그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본 것이 2002년 SF물 ‘사인’과 전쟁물 ‘위 아 솔저’였으니 8년 만이다. 그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아프칼립토’ 등 연출과 제작에만 매달렸던 그다. 그런 그가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어떤 매력에 끌려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 걸까.
“원작을 정말 좋아했다”는 게 멜 깁슨의 설명. 마틴 켐벨 감독은 “만약 멜 깁슨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깁슨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엣지…’는 1985년 영국 BBC 방송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폭발적인 분노를 그려낸 시리즈는 그해 영국 아카데미의 6개 부문을 휩쓴 당대 최고의 ‘영드’였다. 이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이 바로 마틴 켐벨. ‘007 골든아이’ ‘007 카지노 로얄’을 만든 그는 25년이 지나 원작의 영화화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은 원작과 같지만 적은 거대한 국가기관이다. 사적 복수극의 궤적을 벗어나지 않지만, ‘엣지…’는 엄밀히 말해서 복수 그 자체에서 쾌감을 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을 죽인 범인에게 아비로서 해야 할 건 뭔가. 마땅한 분노, 곱절의 앙갚음이야말로 관객들이 원하는 감정과 행위다. 하지만 멜 깁슨이 분한 토마스는 점잖다. 그는 영화 ‘테이큰’의 아버지처럼 싸움에 능한 특수부대 출신도 아니고, ‘모범시민’의 아버지처럼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에 옮기는 명석함도 없다. 그는 “적을 만들 정도의 삶을 살지 못했어”라고 말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형사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일에 매여 사느라 돌보지도 못했던 죽은 딸을 마지막을 되짚어보면서 딸을 알아가는 것이다. ‘누가 왜 죽였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그의 조사가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국가기관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걸까”라는 의문에 이르는 과정은 소소한 액션이 곁들여질 뿐이다. 토마스의 폭력은 불법적이긴 하지만 ‘선빵’이 아니라 항상 ‘정당방위’에서 멈춘다. ‘리쎌 웨폰’에서 보여준 멜 깁슨의 강렬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 대신 딸을 잃고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슬픔에 초점을 맞춘다. 그게 주름 깊은 멜 깁슨의 얼굴과 딱 어울린다. 이 영화의 진가는 멜 깁슨의 주름진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댈 때 드러난다. 깊은 주름살 사이로 딸과 함께 모든 걸 잃어버린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을 드러내는 멜 깁슨의 절제된 표정 연기는 왜 멜 깁슨인지, 그 답을 보여준다.
총질 몇 번 하는 것 외엔 화려한 액션이 없는 데도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이런 멜 깁슨의 깊이 있는 감성액션연기 덕분이다.
아쉬운 건 딸을 죽인 집단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사건의 전모는 살아남은 자들의 끊임없는 대사로만 들려진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적을 향해 평범한 아버지가 복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엣지…’는 더 충격적이고 강렬한 느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거대한 적이 드러날수록 그 느낌도 점점 사그라진다. 하기야 국가와의 싸움은 총질이 아니라 비밀을 외부에 알리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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