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열사흘 동안의 열전을 끝으로 결론이 났다. 결론은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 준 것이다. 뜻하지 않은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신뢰할 수 없는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아마도 여당의 참패는 세종시수정안을 비장상적으로 추진하던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약속을
▲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 |
어쨌든 새로운 자치단체장의 첫 번째 할 일은 선거과정에서 야기된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다. 비방과 흑색선전은 상대방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상처를 입은 후보자들이나 이해관련집단과의 화합이 필요하다. 화합이 이루어져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다. 지역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은 지역 원로들의 조정역할이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자치단체장은 대내외에 청렴을 약속하고 선언하는 일이다. 지난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47.8%인 110명(행정안전부 자료)이 비리와 위법혐의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초자치단체장의 비리소식은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주민 앞에 재직하는 동안 어떠한 부정과 비리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은 그만큼 소중하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새로운 지도자에게서 비전을 기대한다.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여야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물론 그 비전은 인간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형성된 철학의 바탕 위에서 도출되어야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인간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정의로운 사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좋은 사회'라는 가치를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여긴다. 좋은 사회란 모든 구성원에게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보장하고 나아가 최저 소득계층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제의 해결은 정부나 시장, 또는 시민사회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만이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이었다. 그러나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지역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 국내외 경제와 경기의 흐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위기의 시대에 더 중요한 과제는 양극화 해소일 것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경제발전전략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성장과 형평을 동시에 고려하는, 시장의 합리성과 시민사회의 활력이 효율적인 정부를 매개로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를 꾸려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자치단체장의 중요임무는 인구를 더 늘리고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며 세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여 예산을 절감하는 등 재정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해 건설공사에 치중하고 복지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유감스럽게도 그 지역이 갖고 있는 내재적 한계 때문에 지방재정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적인 충족 보다는 주민들에게 심리적 행복감을 안겨 주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에 비중을 두고 있는 삶의 질을 뛰어 넘어 사회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일 때 선진사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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