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충남대병원 호흡기 내과 병동. 폐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신종기(64ㆍ서구 변동)씨의 양팔에는 수많은 주사 자국이 선명했다.
서구 용문동주민센터 옆에서 20여년이 넘도록 구두닦이를 해온 신씨는 17년전 명절을 며칠 앞둔 어느날 용문동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어렵게 모은 50만원의 성금이 들려 있었다. 그는 “나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동사무소에 이 성금을 선뜻 내놓았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조용한 선행은 17년동안 매년 명절때마다 이어져 신씨보다 형편이 못하다고 생각되는 적지 않은 불우이웃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였다.
하지만 이런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닌 신씨를 질투해서일까? 그는 지난 5월 초 어깨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폐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암선고를 들어야 했다. 그동안 3번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다. 1급 장애인이기에 병원비 부담은 그럭저럭 메워 간다지만 문제는 가족 중에 생계를 이끌어 나갈 사람이 없다.
외아들이 있긴 하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는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아버지 간호에만 몰두하고 있다. 20여년 넘게 운영하던 구두병원도 신씨가 병석에 눕는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넘긴 상태다.
아들 신민호씨(30)는 “아버지는 매일 아침 7시면 일요일에도, 비가와도 어김없이 일터로 나가시는 성실하신 분이었다”며 “남몰래 선행을 하시는지도 가족들은 아무도 알지 못했을 정도로 마음이 여리고 따뜻하신 분인데 더이상 일하지 못하는 것에 많이 아쉬워 하신다”고 말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용문동주민센터(☎525-5622) 공무원들은 주변에 알려 신씨를 돕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김광근 용문동주민센터 동장은 “본인조차 어려운 처지이고 불편한 몸이지만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남을 돕기 위한 성금을 낸다는 것은 대단한 마음가짐”이라며 “신씨를 돕기 위한 각계각층의 도움과 관심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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