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공직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달과 치부를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잊고 자신이 주인 행세를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에게 돌아갈 몫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이 챙기고 마음대로 유용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한말 3대 문장가이며 한일합방 때 자결한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을 보면, 조선 말기 매관매직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고종 때 생원이나 진사 시험인 초시(初試)의 매매가가 200~300냥이었으며 나중에는 500냥, 1000냥에까지 이르렀다. 회시(會試)는 처음에 1만 냥이었다가 2만냥까지 올랐으며, 대과(大科)의 매매가는 10만냥에 달했다고 한다. 매관매직한 사람들이 나중에 벼슬자리에 오르면 들어간 돈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탐내게 되는 것은 빤한 행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라는 환난에 빠지고 급기야는 나라를 빼앗기는 데까지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부정한 돈을 많이 쓰고 선거에 당선되었다면 그 돈을 다시 채워놓고자 하는 흑심이 발동할 것이다. 그래서 선거 비용 제한액을 엄격하게 공지해 놓고, 이를 위반할 경우 당선되었더라도 무효 처리하는 선거법이 마련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정치판에서의 매관매직이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교육계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던 분이 유서를 쓰고 자살했다는 기사가 떠들썩하게 보도된 것이다. 자살 원인이 대학 교수에 임용되지 못한 자신의 처지와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현실을 비관해서라고 하니,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여간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법당국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하니 조만간 사건의 전말과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대학의 임용비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간혹 전해 듣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모든 일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세상에 아직도 돈을 주고받는 교수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계에서 교수직을 두고 매관매직 식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의 일일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논어(語)의 자로편(子路篇)을 보면 '기신정 불령이행(其身正 不令而行), 기신부정(其身正) 수령부종(雖令從)'이라는 구절이 있다. 윗사람이 올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그 뜻에 따라 행하여지나, 윗사람이 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내린다 해도 아랫사람이 그 뜻에 자발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의 이 말씀은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엄격한 도덕적·윤리적 잣대가 적용되어야 할 공직자나 교직자들에게는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금언이 아닐까 한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처럼 앞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맑은 물, 깨끗한 물이 흐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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