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백곰의 하루를 쫓는 50분가량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백곰을 대상으로 한 것은 심리학적으로 백곰은 아무것도 상징하지 않는 이미지가 고정된 동물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영상을 다 보여준 다음 각각의 그룹에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사항을 지시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백곰을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좋을 대로 하시오!”
세 번째 그룹에게는 “백곰만은 생각하지 마시오!”
1년 뒤 그 영상의 내용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한 그룹은 어느 그룹이었을까?
놀랍게도 “백곰만은 생각하지 마시오!”라고 금지했던 그룹이었다.
저자는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로, 인간의 뇌는 청개구리와 같다고 말한다. 기억하고 싶은 일은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면서 잊고 싶은 일은 도무지 잊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신은 사람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일본 교육심리학회에서 가장 어렵다는 기도 장려상과 우수논문상을 역사상 최연소로 연속 수상하면서 각광을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구체적인 ‘처방전’과 ‘대응책’을 ‘인지심리학’과 ‘기억심리학’이라는 최신 심리학 지식에 기초해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가장 빠른 결론을 내주는 것. 자아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서로 행복해질지... 이런 물음에 가장 과학적으로 명쾌한 답을 제시해 준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는커녕 자신의 마음조차 다루지 못하는 이유가 심리학적 사실과 정반대의 노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인지심리학과 기억심리학의 정수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쓸데없는 오해가 줄어들 뿐 아니라 불필요한 고민과 불안이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해 ‘실천적 심리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심리 기술서이자 치유서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럭스미디어/우에키리에 지음, 서수지 옮김/192쪽/1만원./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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