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유전(流轉)한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말을 인용한 판타레이 65는 서사시 형태의 자서전이다.
1945년 '강원도 평강의 어느 광산촌에서' 태어난 기산으로 시작하는 자서전은 65년이 지난 2010년 현재와 닿아있다.
온양정씨 31대손으로 '명희'라는 이름을 얻은 그 해는 광복의 기쁨과 그의 스승 운보 김기창, 지역 원로 화백인 운산 조평휘 등의 짧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65년 인생사 서술에 들어간다.
마치 오행시를 짓듯 지나온 삶을 적어 내려간 이번 자서전은 행의 첫 글자를 한글 자음 순으로 시작해 리듬감을 살렸다.
'ㅌ·ㅍ·ㄹ·ㅋ' 등 한글 두음이 많지 않은 자음에서는 외래어 표기를 빌려 흐름의 약속을 깨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번 자서전은 그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국화단의 역사책 같기도 하다. 자서전에 실린 작품만도 300여개에 달한다. 한국화 전공 지역 작가를 비롯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 상당수가 실렸다. 이 역시 작가명의 가나다순으로 작품이 기재됐다.
생존 작가 중심으로 작품을 실은 자서전에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태생은 물론 현 직업을 암시하는 문구 등도 포함돼 재미를 더 한다.
더욱이 자서전에 등장한 작가들을 인덱스로 구성해 열람이 쉽도록 구성했다. 여기에 곳곳에 역사적 사건, 정치인의 죽음 등 시사적인 내용도 수록하고 있어 읽는 이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기산 정명희 화백은 “겁 없이 부끄럼 없이 나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며 “3년 동안 자서전을 준비하며 후회스러운 것들도 많았지만, 이제 화가로서 작업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18일 오후 6시 중구 중촌동 아이엘컨벤션에서 열린다.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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