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퇴근종'을 울리나

●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 1년…

은행들이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해 운영한지 1년이 지났지만,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다. 특히 은행원들의 퇴근시간을 앞당겨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근무시간은 이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늦어지는 등 근무환경만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였던 은행 영업시간을 지난해 4월 1일부터 오전 9시~오후 4시로 30분씩 단축했다.

야근이 잦은 은행원들의 퇴근 시간을 앞당겨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보장해주는 것과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증권사 영업점과 동일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그러나 은행원들은 출근시간만 빨라졌을 뿐 퇴근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근무시간만 늘어났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은행 영업점 직원 A씨는 “출근시간만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변함이 없으니 근무시간만 늘어난 것 아니냐”며 “당초 은행원의 여가생활을 늘려보자는 도입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은행 영업점 직원 B씨는 “고객들이 방문하는 시간은 영업시간 변경 전과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 근무환경만 더 나빠진 꼴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초과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나 그 수당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시간외수당은 한 달에 1인당 12시간까지 밖에 인정되지 않으며, 초과한 야근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른 은행들은 주당 12시간까지 시간외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영업시간 변경으로 직원들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근무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업무시간이 앞당겨진 데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높다.

회사원 김모(35·여·서구 갈마동)씨는 “은행 일을 보기 위해서는 점심시간 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데다 다른 시간에는 윗사람의 눈치 때문에 힘들다”며 “은행 문을 오후 4시에 닫으면서 이용에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