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최근 해외유전개발은 지역적으로는 중동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 동시베리아 및 극동지역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해상 석유개발의 경우 수심이 낮은 대륙붕에서 수심이 2000가 넘는 심해지역이나 지층 깊이가 보통 4 이내에서 5~6가 넘는 심부 유·가스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과거 저유가 시대에는 경제성이 없어서 개발할 수 없었던 오일샌드, 셰일가스, 석탄층가스 및 오일셰일 등과 같은 신기술이 필요한 비재래 유·가스전 개발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신기술 개발에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얼마 전 우리는 아랍에미리트에 4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게 되었다고 온 국가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던 기억이 난다. 고리 원전 1호기를 턴키방식으로 들여 온지 불과 31년 만에 한국형 원자로를 수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를 보면서 우리도 그러한 쾌거를 해외석유개발 분야에서도 이루어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낀 바 있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향후 전 세계 주요 유·가스전 개발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이 지역은 한겨울엔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동토지역으로 웬만한 기술로는 석유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최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북극 석유개발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지 나라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우리는 그와 같은 상황의 도래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자문하고 싶다.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은 비록 러시아 영토지만 지리적으로는 우리 앞마당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석유개발 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지역 북극 유·가스전 개발 우리기술로 이루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석유개발 기술력만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훨씬 뒤져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T, 기계, 원전 및 조선 등 다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IT 및 기계 기술이 융합된 해양 조선 및 플랜트 분야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심해시추선 건조의 70% 이상을 우리나라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다만, 이들 장비를 이용해 우리 스스로 유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점이 아쉽다. 노르웨이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석유개발 산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북극의 아랄해 심해 유전을 그들의 기술력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대목이다.
우리도 30여년전에 처음 한국형 원전기술의 자립화에 도전했던 것처럼 그때의 도전정신과 의지 및 전략을 가지고 북극 석유개발 기술자립화를 시도한다면, 향후 약 10년 아니 20년 후에는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등을 포함한 북극 석유개발을 우리기술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향후 후손들을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 산업을 찾고 있다. 북극 석유개발 분야는 경제적 파급효과로 보면 그만한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 분야다. 만약 우리기술로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을 포함한 북극 석유개발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의 유발은 물론 석유가스를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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