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이제 인사의 계절이 다가온다.상반기 정년퇴임에 따른 인사요인이 있고, 당선된 단체장은 자기의 포부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하여 새 판을 짜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꼭 짚고 나가야 할 것이 있다. 인사권을 당선자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수단이나 전리품(戰利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사를 공정하게 할 인물인지, 독선적으로 행할 성격의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안목이 필요하고, 또 후보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치단체장을 주민 직선제로 하고부터 인사에 물의가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지난날의 임명직 단체장은 직업공무원으로서 그 지역 인맥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거나, 자치단체간 인사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서 인사와 관련한 비리가 적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선단체장은 지역사람들과 혈연, 학연 등 갖가지 연(緣)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선거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인사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언론 보도를 보자. “K씨는 한 군청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무관이었다. 그는 선거에서 중립을 지켰지만, 선거가 끝난 뒤 노골적인 인사핍박을 받았다. 한직으로 발령이 난 뒤에도 열심히 일했지만 회복이 어려웠다. 결국 그는 정년을 8년이나 앞두고 명예퇴직했다.”
아마 당선자의 편에 서지 않은 것으로 오해를 받았거나 상대 후보의 친인척 또는 학교 동문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성씨(姓氏)나 고향을 스스로 선택하여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단지 그런 것이 이유가 되었다면 당사자로서는 너무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도 선택의 여지가 적은 것이고. 도량이 넓거나 일을 하려는 단체장은 그렇게 속 좁은 짓은 하지 않는다. 상대방 사람으로 인식된 인물을 요직에 앉히고, 승진을 시켜 충직한 일꾼으로 만든 사례도 있다.
예전 어느 도지사가 “인사는 차라리 외부에 용역을 주면 좋겠다.”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임명직 도지사가 오죽하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생각하면 민선단체장의 어려움을 짐작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여야 할 것이 있다. 우대받은 사람은 충만감을 가지고 일을 하겠지만, 차별받은 사람은 한숨이나 지으며 세월이 흐르기만을 기다린다는 사실을. 그리고 고마운 마음은 모래에 쓰지만, 서운한 감정은 돌에 새긴다는 것을. “인사는 전횡(專橫)하는 고유권한”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에서 벗어나 조직역량의 극대화를 위하여 공정한 인사를 최우선적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인 물”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인사교류의 제도화와, 인사공시제, 부서장 추천제, 인사드래프트제, 일부 공개승진시험제도 운영과 함께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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