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중]예술의 사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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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중]예술의 사회화

[문화초대석]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 승인 2010-05-30 23:00
  • 신문게재 2010-05-31 20면
  •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오늘의 정치, 지금의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를 살펴보면 경제제일주의와 네거티브가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것은 그간의 정치행위가 얼마나 구태의연했으며 창의성이나 참신성 없이 모방적인 것들임을 보여주는 단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정치가 사회적 비전과 전망을 상실한 채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사실 그간 선거에서 경제문제가 강조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경제의 사회적 중요성과 달리, 선거 때만 되면 반복되는 경제담론은 언제나 '생존 게임'과 '생존의 경쟁력'만을 요구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예술과 과학, 정치와 경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과 비전이 필요한 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예술적 상상력과 비전은 새로운 대안과 미래를 찾아나가는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은 예술의 배고픔에 대한 동정심을 사회지도층에게 구걸한 것이 아니라 낡은 정치, 경제 패러다임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사회적 상상력과 창조성을 이제는 예술을 통해 고민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 지상주의나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한 '예술가 특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 상상력, 비전에 귀 좀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지금의 선거 풍토를 보면 예술은 언제나 차순위의 영역이었고, 경쟁력과 생산력을 위한 상징체계에서 보면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존재에 불과했지만, 예술이야말로 구조화되고 현대화된 현 사회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와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는 영역으로 발전돼 왔다.

일부에서는 그리스 경제위기로 시작된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무슨 한가한 소리냐”, “문화예술이 밥 먹여주냐”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로 밥을 먹고 있다. 뉴욕시에서 핵심자산으로 확고히 위상을 점한 예술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상상할 수 없으며, 세계최초로 문화예술분야를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세계문화수도를 꿈꾸고 있는 런던의 전략과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콘텐츠산업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된 동경의 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한류바람을 통해 문화예술이 밥 먹여주는 현실을 이미 경험한 바가 있지 않은가.

문화와 예술을 통해 도시를 발전시키자는 전략은 1970년대 산업주의 붕괴조짐 이후에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흐름이다. 1980년대 유럽문화도시도 그렇고 1990년대에 나타났던 공장이나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시설 개발 또한 그렇다. 200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움직임은 '창조도시'란 이름으로 한층 강화된 현상이다.

세계 지역문화예술정책의 큰 흐름은 문화와 경제를 융합해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드웨어 건설방식으로는 도시발달 및 시민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예술가에게 일거리를 제공해 고용창출을 시키면서 그 성과를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가져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데에 초점이 맞추고 있다. 이제 우리도 그동안의 양적 성장이 질적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발전방향의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 하겠다. 이러한 창의의 문을 여는 것은 바로 문화예술이다. 창의는 자유정신, 새로움의 실험, 실패를 즐기는 문화예술의 정신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술은 인간의 삶이 존중되는 곳, 삶을 둘러싼 상상력과 꿈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존재이다. 예술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과 변화는 예술가가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모두의 삶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 예술은 도구적 장치가 아니라 삶의 목적에 가까운 영역이며, 인간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예술을 경유한 경제와 정치야말로 가장 발달된 민주주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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