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은 또 있다. ‘루저’(loser)들의 이야기라는 것.
‘드래곤 길들이기’는 우람하고 용맹한 바이킹이 되고 싶지만, 근육도 없고 용기도 없는 소년 히컵이 용을 사냥하는 대신 길들이는 이야기다.
버크 섬에 사는 바이킹족에게 양을 채가는 용과의 싸움은 숙명이다. 용과 싸울 힘도, 용기도 없는 히컵은 바이킹족의 눈으로 보면 영락없는 ‘루저’다. 용도 그렇다. 히컵이 만든 돌팔매 투척기에 맞아 떨어진 용은 용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나이트 퓨어리’. 그러나 칼을 든 히컵을 보자 잔뜩 겁을 집어 먹는다. 오죽하면 이름이 이빨이 없다고 해서 ‘투슬리스’(toothless)일까. 게다가 부상을 입어 하늘을 날지도 못한다.
루저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인간과 용 사이에 평화를 일궈내는 과정은 루저들의 영웅담이다. 우정의 서사는 감동적이고 모험은 박진감이 넘친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도우라는 메시지도 좋다. 유쾌, 상쾌하다. 히컵이 사랑하는 아스테리드와 투슬리스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장면은 루저들에게 보내는 위로일 것이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주인공은 전직 깡패와 취업준비생이다. 영화는 이들 소외된 사람들의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담아낸다.
“면접 때 무조건 꿇어서 사정하면 안 되냐”하고 순진하게 말하던 깡패는 “우리나라 얘들은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취직 안 되는 게 지 탓인 줄 알아”하고 뼈있는 말로 취업전선에서 고생하는 청년세대들을 다독인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의 강점은 무엇보다 오버하지 않는다는 것. 웃길 때는 확실하게 웃기고 울릴 때는 확실하게 울리되 철저히 현실감을 놓치지 않는다. 깡패는 아직 세상의 상처를 덜 받은 이의 미래를 지키려 싸우고, 여자는 무모한 사랑에 목숨 걸지 않는다. 크게 모험을 하지 않는 선에서 드라마와 잔재미를 엮어내는 솜씨가 매끈하다. 한눈팔지 않고 이야기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김광식 감독의 야무진 역량이 빛난다.
군더더기 없고, 기분 좋게 웃고 울리면서 뒤끝도 개운하다. 그런데 세차장에서 재회한 깡패와 취업준비생은 어떻게 됐을까. 맺어졌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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