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북한의 감시초소 1분대장은 “축구엔 국경이 없다”고 말하는 축구광. 야간 수색을 하던 분대원들은 멧돼지를 쫓다가 국군과 마주친다. 대치하던 분대원과 국군은 경계를 풀고 멧돼지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국군은 분대원들이 월드컵 중계를 들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낸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국군이 만나 우정을 나누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닮아있다. 단 ‘…JSA’가 비극이라면 ‘꿈은…’은 희극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 대신에 “우~리 민족”을 외치고 “짝짝짝 짝짝” 박수를 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남과 북을 대결구도만 그리지 않은 것, 북한군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도 흥미롭다. “축구공은 둥글다. 이 축구공에는 국경도 사상도 없다”는 북한군 분대장의 말은 맞다. 이 분대장 때문에 분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축구 중계를 듣고, 남한 병사들에게 ‘Be the Reds’라고 쓰인 붉은 티셔츠를 받아 입는 장면처럼 작위적인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재가 품고 있는 따뜻한 정서는 이를 감싸고도 남는다. 만듦새도 깔끔하다. 정치적인 색깔을 최대한 지워버려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이성재, 강성진, 정경호, 유태웅, 추상록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이들의 연기 덕분에 민감한 설정이 되레 유쾌하게 전달되고, 웃다보면 분단의 비극이 절절하게 가슴을 친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차갑게 경색되고 있지만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남북의 미래는 희망에 더 가까울 것이다.
20여일 남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2002년 그 뜨거웠던 여름의 감동을 떠올리며, 유쾌하게 웃기다가 코끝 찡한 감동을 안기는 영화. 그런데 월드컵 중계를 듣다가 들킨 병사들은 그 뒤 어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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