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고아 출신인 다스탄은 시장에서 사과를 훔치던 소년을 구해주다가 왕의 눈에 띄어 왕자로 입양된다. 다스탄은 신성한 도시 알라무트를 공격하는데 앞장선다. 승리의 전리품으로 왕에게 옷을 선물하는데 이 옷을 입은 왕은 죽고 만다. 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데.
게임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게임을 할 때 즐거움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최대한 게임에 가깝게 만들어지길 원한다. 그런 게임 팬의 입장에서 보면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다소 실망스러울 듯하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2003년판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게임의 영역을 최대한 자제하고 영화적 재미에 집중한다.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란 조건을 조금 접고 보면 유쾌하게 즐길만한 호쾌한 영화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이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와 함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대의 단검을 노리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성벽을 기어오르고 성위를 달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겁 없이 뛰어넘는다. 그리고 일본의 닌자를 연상시키는 비밀 암살집단과의 칼싸움이 쉼 없이 이어진다. 성벽을 오르고 달리고, 칼싸움만으로 수많은 게이머들을 열광케 했던 고전 게임에 대한 오마주다. 특히 육체의 액션과 검들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파열음이 작렬하는 액션이 돋보인다. 신비의 단검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 액션과 대비되는 이 아날로그식 액션은 판타지에 비해 화려한 맛은 없지만 눈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시원시원한 액션에 현재를 빗대는 유머도 적절히 배치해 ‘킬링 타임’용 영화론 딱 이다.
다스탄과 타미나의 러브라인은 시종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드는 정석 로맨틱코미디로 풀어내 극에 유쾌한 분위기를 더 한다.
페르시아 왕궁과 장대한 사막, 깊은 계곡, 모래폭풍, 7000벌이 넘는 의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한마디로 호쾌한 스케일로 완성된 활극 어드벤처다. 중간중간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흠은 있지만,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순수하게 영화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더 없는 종합선물세트.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가 성공을 거둔다면 아마도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를 잇는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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