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좋은 선거, 나쁜 선거, 이상한 선거

[금요논단]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이제 지방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 그리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을 뽑고, 아울러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하는 가히 매머드급의 선거다.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이니, 행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입법을 책임지는 의회의 구성을 이번 선거를 통해 달성하는 지방자치의 전부나 다름없는 선거다.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그런데 이번 선거를 보면 여느 선거와는 다른 것들이 보인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선거가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포함하면 유권자의 입장에서 총 8번의 선거를 하는 것도 초유의 일이고, 여야 간의 선거전에 나타난 흐름과 분위기와 성향도 이제까지 치른 선거와는 다르다. 각 당이 공천을 통해 후보를 내고 이들 후보를 중심으로 유권자에게 표를 얻기 위해 치르는 선거전도 여느 때와는 많이 다르다.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각 당이 실시한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도 그렇고 또 공천에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이에 불복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또 그것을 법원이 받아들여 공천을 다시 한 것도 이상하다.

또한, 어떤 당에서는 다른 당이 공천한 후보를 '빼내기'해서 자기 당의 후보로 공천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도 희한하다. 본격전인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가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밝히고 다른 후보와의 정책대결을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과연 정책을 위한 토론회인가 아니면 상대방을 비방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저급한 토론회를 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리고 예년 같으면 학회나 시민단체들이 앞다투어 각 당의 정책과 공약, 그리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해서 발표하고 매니페스토의 이름으로 검증했는데, 그것도 이번 선거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우니, 이것 또한 이상하다.

거기다가 소위 '노풍', '세풍', '천안함풍'이라고 하는 3풍이 이번 선거에 또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와 세종시 문제, 그리고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천안함 침몰 사건의 여파가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선거가 단순히 후보자를 뽑는 선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선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도 무시당하고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 마디로 나쁘고 애석하다.

선거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은 세종시 건설에 대한 대통령의 수정으로 이미 그 타당성을 잃었다. 공약을 해 놓고도 당선되고 나서 '유감'의 표시로 수정할 수 있다는 나쁜 사례를 만들어 버렸으니 정책과 공약의 검증인 매니페스토의 의미는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또한, 과정과 절차가 어찌 되든 당선이라는 결과만이 최선이라는 '결과지상주의'는 모든 것을 수용하게 하고 강요하는 최선의 명분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선거에 있어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와 신의와 신뢰와 믿음이라는 덕목을 각 당은 물론이고 후보자 개개인들조차도 '지켜서 손해 보느니, 안 지켜서 비난은 받더라도 손해는 보지 말자'는 식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선거가 우리 지역에서는 더 요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거가 참여민주주의 가장 기본이라는 인식도 이제 유권자들에게는 사라진 것 같고, 그러니 선거는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완성됨에도, 정당과 후보자들만이 치르는 반쪽의 선거가 되고 만 것 같다. 유권자의 호응과 참여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과연 세종시를 지켜낼 것인지를 놓고도 정책적인 토론이나 대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 지역에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정당들이 많다. 충청의 자존심을 놓고, 과연 누가 적자인지, 그리고 과연 누가 충청인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있는지 이들 다른 지역에는 없는 정당들이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분명히 한 쪽은 옳고 다른 한쪽은 틀릴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이번 선거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연 이번 선거가 좋은 선거인지, 나쁜 선거인지 아니면 이상한 선거인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이번 선거는 좋은 선거는 아닌 것 같고, 나쁜 선거이거나 이상한 선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런 나쁜 선거와 이상한 선거를 유권자의 힘으로 좋은 선거로 만들어야만 할 것이라는 숙명이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