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평화, 생명이 숨쉬는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 문화
  • 문화/출판

휴식과 평화, 생명이 숨쉬는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 승인 2010-05-25 23:00
  • 신문게재 2010-05-26 12면
  • 오희숙 한밭도서관 사서오희숙 한밭도서관 사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은 천리포수목원 가꾼 사람 민병갈. 1945년, 25세 청년의 칼 밀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은행에서 일하던 중에 서해 태안반도의 만리포해수욕장에 놀러왔다 우연히 천리포 바닷가의 구석진 땅 6천 평을 사게 된다. 이후 점점 늘어나 지금의 수목원 본원 지역의 2만평까지 늘어나게 되었고 70년대부터는 해풍을 막기 위해 소나무를 심으며 작은 규모의 농원이 만들어 지게 되고 1979년에는 대한민국에 귀화하여 최초의 귀화 남성인 한국인 민병갈이 되었다. 자신의 전 재산과 평생의 열정을 다 바쳐 천리포수목원을 가꾸던 그는 2002년 81세의 일기로 천리포의 동산에 묻혔다.


 대한민국 최초로 민간이 설립한 수목원이며, 한 영혼의 몰입과 순수한 삶의 이야기가 온전하게 담겨있는 공간인 천리포수목원을 저자가 2004년부터 101차례나 수목원을 방문하면서 정원의 구석구석의 모습과 감상법을 계절별로 소개하고 있다.

■ 春 - 황홀하고 감동적인 생명의 축제
 얼었던 땅이 녹는 3월의 천리포수목원은 뿌리로부터 수액이 올라 젖어드는 나뭇가지를 보며 ‘봄날’의 희열을 맛보는 탐색의 계절이다. 수선화, 튤립 등 땅에 거의 붙다시피 하는 꼬마 꽃들이 큰나무와 초화들이 깊은 그늘을 드리우기 전에 먼저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그래서 3월은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위한 틈새의 달이고 배려의 달이다.

  4월부터는 정원에서 각기 다른 향기와 모양, 색상으로 표현되는 꽃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특히 설립자인 민병갈 원장이 그토록 집착하였다는 목련, 약 500여 종이 연이어 피고 지는 한 달 동안은 천리포의 정원은 흡사 목련의 뭉게구름 속에 떠있는 천국이자 세상 끝의 정원이라 한다.

■ 夏 - 초록의 농담과 나무와 잎들 고유의 무늬의 여름 정원
  여름은 늦깍이 꽃들이 지고 초록으로 변하는 정원에서 꽃이 지나간 자리를 서운해만 말고 나무 아래에서 그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그들의 시선을 느껴 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숲은 초록이 짙어질수록 이 시기에 피는 꽃들은 색이 엷어지고 흰색으로 핀다.

  6월부터는 꽃보다는 비누방울 무늬, 줄무늬, 파충류 피부 같은 무늬 등의 잎을 하늘빛에 투과하여 감상해야 한다. 나무와 풀이 가진 외형의 세세한 모습과 다양함을 한눈에 찾을 수 있는 여름의 무늬는 낮보다는 여린 새벽시간에 또렷하게 감상할 수 있다.

■ 秋 - 꽃무릇의 ‘축하’메시지
  물들어 가는 것은 나무들이 이듬해를 준비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 것이다. 후박나무는 진녹의 열매를 맺고, 보랏빛 무릇과 보랏빛 맥문동이 노을진 언덕에 보랏빛 8월의 저녁을 밝히고, 9월과 10월 사이에 꽃무릇으로 언덕을 붉게 물 드리면 가을은 가는 것이다. 계절이 끝나기 전에 가을정원을 거닐며‘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을 나지막이 불러 보고 밀러의 사색길에서 바람의 말을 들어 보자.

■ 冬 - 휴식과 평화로운 수다의 시간
  꽃도 없고 화려한 잎들의 향연도 없는 정원을 탐스러운 붉은 열매로 장식하는 호랑가시나무로 천리포수목원은 미국호랑가시학회가 인증한 ‘공인 호랑가시수목원’이기도 하다. 이 수목원은 370여종의 호랑가시나무 종류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봄은 기운의 계절, 여름은 힘의 계절, 가을은 물들고 철듦의 계절, 그리고 겨울의 선과 여백이 있는 휴식의 계절을 보내며 수목원이 또다시 1년의 대서사시를 준비한다.

  정원이 없으면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라 영국. 그들에게 정원은 행복한 일상과 휴식의 상징이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대전도 도심 한복판에 근사한 수목원이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감상하며 우리 한밭수목원도 10년, 20년, 50년이 지난 후 세상에서 가장아름다운 수목원중 하나가 되어 정원을 소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