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아름 태안고 교사 |
모교에 부임하면 좋은 점이 참 많다.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고교시절의 추억들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스쳐간다. 선도부로 아침 일찍 교문 앞에 서 있던 기억, 점심시간이면 창가에 기대어 운동장 가득 퍼지는 사랑 노래에 가슴 설?던 기억…. 학교 곳곳은 내 추억이 오롯이 담긴 보물 상자다.
고등학교 시절, 교사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사범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우신 은사님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것 역시 정말 큰 행복이다. 이제는 교사가 되어 돌아온 제자에게 예전의 그 따뜻함으로 오랜 교직생활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가르쳐 주시고 진정한 교육자의 길을 일깨워 주신다.
올해에는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다. 부푼 마음으로 학교에 발령 받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고3 담임이라니. 주변에서 잘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들 말처럼 모르는 것이 많아 부담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내가 근무하는 학교이자, 나의 사랑스런 후배들이 제각기 꿈을 찾아 나아가는 이 공간에서 훌륭한 교사, 훌륭한 선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아직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기가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나고 보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담임선생님에서 선배로 변신하여 다가간다. 수험생으로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힘들고 지치더라도 참고 견뎌낼 수 있는 인내와 자신에 대한 정성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는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땀과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여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 즉 '인내, 긍정, 노력, 성실' 이 네 가지가 성공하는 인생의 열쇠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쩌면 아이들에게 하는 이 이야기가 그러한 신념들을 잃어가고 있는 내게 하는 말인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잘 해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재촉하고 다그치기 보다는 기다려주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올 한 해가 사랑하는 나의 제자, 후배들을 위한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공부하면서 매일같이 태안고등학교에서 은사님들과 함께 사랑스런 후배들을 가르치는 나의 모습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교사로서, 그리고 같은 길을 지나 온 선배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크나큰 축복을 받은 나는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를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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