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창희 ETRI 기술전략연구본부장 |
동조화는 위기상황에서 연쇄적인 국가 부도의 위기로 연결될 위험을 내재하지만, 성장기에는 또한 전세계의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동조화의 현상은 비단 경제분야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며, 기술과 제도 등 전분야에 걸쳐 폭넓게 발생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제적 흐름이나 변화하는 현실과 차이가 있는 불합리하거나 불편한 제도를 개선하는 갈라파고스적 관행의 개선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등장하는 경영관리기법 등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때 도요타 자동차의 적시생산방식(Just in time)이 기업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일종의 경영기법의 동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한다. 1990년대의 중요한 기술적 흐름은 단연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추구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러한 흐름들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폰의 등장과 터치스크린 채택의 일반화 등이다.
이러한 동조화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그에 뒤처지게 될 때 경쟁에서 낙오될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원천이 빠르게 전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조화의 물결에 대한 대응이 미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아울러 최근 직면하고 있는 일본의 위기 원인을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본식 경영을 고집해 '갈라파고스식' 대응을 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즉, 동조화와 상반되는 갈라파고스의 의미는 '나 홀로'라는 것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함으로써 '동조화'라는 트렌드에 편승하느냐가 기술측면에서의 과제라 하겠다.
기술측면에서 동조화를 견인하고 있는 중요한 화두는 단연 IT기반의 융합(Convergence)이다. IT가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사회 및 정치행정,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 폭 넓게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IT를 기존 전통산업에 어떻게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 여타 기술( 예를 들면 바이오와 나노)과 어떻게 결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즉, IT기반 융합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진행이 되어 왔지만 이의 활용을 어떻게 고도화시켜 나갈 것인지가 동조화라는 트렌드를 선도하느냐, 아니면 종속되어 가느냐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그리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의 강점인 IT가 융합을 위한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강점을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그동안 IT에 대해 제기되어 왔던 비판인 '나홀로 IT'라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에서 전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융합'이라는 동조화 현상을 선도하기 위해 '산업융합촉진을 위한 법령'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세계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키워드인 'IT기반 융합 촉진'을 통해 '융합'이라는 '동조화'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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