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종교테러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동이나 일본 옴진리교의 가스테러사건까지 눈을 돌리지 않아도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소수집단으로서의 종파(sect)와 같이 집단의 배타성과 공격성이 외부로 행해지면 범죄와 같은 사회적 일탈행위에 빠질 수 있다. 절도나 풍속범은 비교적 드물지만 미신을 이용한 사기와 성범죄, 집단적 배타성에서 나오는 폭력성이 사회문제로 되곤 한다.
논리나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감에 의존하게 하는 것이 사이비종교다. 그 특징은 대체로 교주의 신격화와 함께 인간관계가 배타적이고 교주에게 절대복종하며 자신들을 비난하는 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다. 또한 자기공동체에 대한 절대적 단결과 구원에 대한 극단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어 건전한 윤리관이 부족하다. 옴진리교에서 보듯 신비체험이나 마인드 컨트롤 수법을 통해 막대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양산하는 병리적 종교다.
32명이 집단변사체로 발견된 1987년의 오대양사건은 주요 관련자들이 이미 사망하였거나 종교적 광신상태에서 저질러진 일이라 사건에 대한 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관련증거도 사전 인멸하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1994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영생교는 교주가 '메시아', '생미륵불' 등을 자처하면서 자신을 믿으면 불로불사한다고 주장하고, 지구가 종말할 때 10배로 되돌려주겠다며 신도들의 금품을 갈취하며, 심지어 배교자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처단한다는 배타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 외에 아가동산사건, JMS사건, 광주H수련원 사건의 예도 빠질 수 없다.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교인의 범죄행위가 구분된다. 신도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나치게 믿어 이성과 관용을 잃은 광신도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 혹은 교주를 향한 외부의 비난에 수치심을 느끼고 이성을 잃어 폭력,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 가해자는 곧 사이비종교의 피해자이기도 한 반면에 교주는 피해자가 아닐 뿐 아니라 공모공동정범의 공모를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교묘히 악용하여 중한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사이비 종교는 설득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집요하게 접근하고 피해자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채 휘말리고 만다. 신도들은 신앙심이나 세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를 부인하거나 교주의 사법처리를 탄압이라며 범죄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비종교에 존재하는 집단최면과 집단중독현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심리적인 영역과 영적인 영역은 양분될 수 있는 양상이 아니라 인간내부에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심리학자들의 개입과 신도들에 대한 피해자지원, 종교범죄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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