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맞벌이와 유연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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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맞벌이와 유연근무제

[중도마당]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5-24 23:00
  • 신문게재 2010-05-25 20면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맞벌이를 선호하는 남성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둘이 벌어서 보다 여유있게 살고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맞벌이 주부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맞벌이가 그리 '여유와 풍족'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맞벌이가구의 작년 근로소득은 비맞벌이 가구소득의 1.6배였지만 교육비, 교통비, 외식비 등의 비중이 비맞벌이 가구보다 훨씬 높았다.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사는 여성의 몫이고, 탁아의 사회분담이 미흡하며 기업의 문화나 근무형태도 경직적이어서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직장을 가진 주부의 근로소득은 탁아비용과 파출부 비용 등으로 상당부분 지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업주부의 가사노동과 육아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고 싶어도 결혼이나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어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다.

여성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보존시킬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것인가? 또한 전업주부라도 일정 부분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유연근무제'가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유연근무제'란 노사가 근무시간이나 장소를 필요에 따라 조정하는 제도로서 플랙스타임제(시차출퇴근제), 파트타임제, 재택근무제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S전자의 수원사업장은 약 40%의 사원들이 매일 본인의 업무상황과 개인사정에 따라 출퇴근하는 완전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근무분위기가 저해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 사원들의 호응도는 상당히 높다. “자율출퇴근제로 업무집중도가 향상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직원들은 '매우 그렇다' 51%, '그렇다' 36%로 답변했으며, 삶의 질이 향상되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 43%, '그렇다' 41%로 큰 만족도를 나타냈다. 특히 자녀 양육과 가사 부담이 있는 여직원들은 자녀를 등교시키거나 집안 일을 처리하고 출근하여 그 시간만큼 늦게 퇴근할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만족도를 보였다. 회사가 사원들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사실은 노사간의 상호 신뢰와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높여주었다.

선진국의 경우 유연근무제의 유형 중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파트타임제이다. 영국은 국가공무원 중 파트타임의 비율이 20%이며, 지방공무원은 무려 50% 이상에 달한다. 우리 정부도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에서 파트타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파트타임에 적합한 직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업무분할형, 휴일ㆍ야간전담형, 집중시간형 파트타임제는 여성근로자에게 활용도가 높다. 업무분할형 파트타임제는 전일제 1인의 업무를 파트타임 근로자 2인이 담당하는 것으로서 민원상대업무, 콜센터 업무, 시간연장 보육시설 등에 적합하다. 휴일ㆍ야간전담형 파트타임제는 도서관, 박물관 등의 업무에 적합하다. 집중시간형 파트타임제는 피크타임에만 근무하는 형태로서 특히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에게 유리하다.

기업은 영리추구가 목적이므로 파트타임 활용이나 시차출근제 등에 대한 비용 유인이 당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업종별·규모별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케 하는 유연한 근무방식에 대하여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은 유연근무제를 '일·가정 양립 지원' 목적 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나 장기적 이윤추구를 위하여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업장의 경우와 같이 근로자들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노사간의 신뢰가 커질수록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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