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무리 두드려도 우리들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땅위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땅속에서도 길이 막혔다.
심지어 인간의 마음속에서도 길이 막혀 있다. 이 사회의 인자와 구성요소들이 조화와 균형을 상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곧 저마다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타인의 뜻을 수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씨랜드 청소년 수련관 화재(사망 23, 부상 7명),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망 57, 부상 80명), 대구 지하철 화재(사망 192, 부상 146명),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경기이천 냉동창고 화재, 홍제동 연립주택화재, 고시원 화재, 부산실내사격장화재 등 이러한 사건들이 수없이 많지만 계속해서 같은 현상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어린아이가 죽어가도, 어른들이 고속도로에 만신창이 된 채 널브러져있어도, 고층아파트에서 불길이 번져 사람이 뛰어내려도, 온통 건물이 무너져 내려도, 우리들이 길을 비켜 달라 비통하게 외쳐대도 사람들은 우리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앞질러가고, 앞서 유유히 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비통한 일 중 만에 하나가 자신한테는 오지 않으리라 그리고 지금 당장 “나의 일이 아니다”라는 오만과 무관심이 “살려 달라”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곧 죽음이라는 것을 잘못된 교육과 제도가 우리들의 길을 막아 놓았다.
불길 속에 사람들이 애타게 살려달라 외쳐대는 화재현장, 여기저기 부상자와 사망자들이 뒤엉킨 교통사고현장, 보이지 않는 움막진 곳에서 홀로 병마와 시달리다 애타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노인, 장애인, 어린아이들을 찾아가야 할 길이 온통 막혀 있다. 우리 소방관들은 길이 막혀 가지 못할 때는 가슴이 찢어진다.
나는 희망을 꿈꿔 본다. 마천루의 고층건물 옥상에서 자동차들로 막혀버린 시내 한복판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절규하며 달릴 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막혀버린 자동차들이 쫙 갈라져 비켜주는 광경을…. 마음의 길을 열면 모든 길은 열린다.
많은 생명들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곧 모세의 기적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다./한완석 논산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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