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국]지휘봉과 지휘자, 그리고 지도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송인국]지휘봉과 지휘자, 그리고 지도자

[문화초대석]송인국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한국악회 회장

  • 승인 2010-05-23 23:00
  • 신문게재 2010-05-24 20면
  • 송인국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한국악회 회장송인국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한국악회 회장
간혹 음악회에 초대되면 연주곡의 내용을 미리 감지하고 예쁜 옷으로 격식을 갖추어 설레는 마음으로 음악회장을 찾게 된다. 무대에 오케스트라나 합창, 또는 오페라단원들이 입장하고 연주 준비를 마치게 되면 반드시 지휘자가 흰 지휘봉을 들고 관중들 앞에 서게 된다. 물론 멋있는 모습에 매료되어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음악회장의 진풍경이다.

▲ 송인국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한국악회 회장
▲ 송인국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한국악회 회장
지휘자는 연주자들에게 연주 내용을 입으로 말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손에 들고 있는 지휘봉과 얼굴 표정, 손·손가락·팔·머리·몸·다리 등의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연주할 악곡에 숨겨진 모든 음악적인 요소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고 음악을 조화시킨다. 마치 김연아의 몸짓처럼 우아한 자태를 짓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성난 야수와 같이 지휘봉을 내리 꽂는 듯이 날카롭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몸을 뒤로 젖히기도 하고 움츠리기도 하며, 팔을 높이 올려 허공을 찌르는가 하면 둥근 원을 그리기도 하고, 뒷 머리칼이 바람에 찰랑이듯 머리를 움직이는 등의 동작과 거의 아름다운 춤을 추는 모습도 보인다. 이 때 처음부터 끝까지 오른 손에 들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지휘봉이다. 이처럼 지휘봉은 지휘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처럼 느끼기 쉬우나, 실제로는 연주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그럼 과연 이런 지휘봉은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을까?
중세기에는 홍두께 같은 몽둥이를 두드리거나 바이올린 수석 주자의 활대에 맞추기도 했으며, ‘륄리’는 등산지팡이 같은 것으로 땅바닥을 치기도 했단다. 독일의 ‘슈포어’는 종이를 말아 하이든의「천지창조」를 지휘하여 지휘봉의 시작을 예고했고, ‘멘델스존’은 오라토리오「엘리야」의 초연 때 지금과 같은 지휘봉을 사용했으며, ‘베를리오즈’는 1855년에「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기법」이란 저서를 출판하여 지휘법을 체계화시켰다는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지휘봉은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발전을 거듭했는데, 한때에는 지휘봉이 독재적인 지휘자의 전유물로 여겼었던 시절도 있었단다.

지휘자는 지휘봉만을 흔들거나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되고, 독창적으로 음악회에 초대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된다. 한 사람의 지휘자가 탄생될 때 까지는 오랜 시간과 어렵고 복잡한 연구과정이 필요하고 경험 등을 거쳐야 되는데, 다음과 같은 조건을 고루 갖추어야 된다고 본다.

첫째, 음악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어야 된다. 피아노로 총보(Score)를 읽을 수 있어야 되고, 작품을 분석할 수 있도록 폭 넓고 깊이 있게 음악이론을 습득하여 독창적으로 음악을 해석하며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된다. 그리고 다양한 악기들의 조화와 자신의 색채를 나타내기 위하여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악기들의 연주법까지 이해해야 될 것이다.

둘째, 인간으로서 해박한 교양을 소유하고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겸비해야 된다. 모든 연주단체는 개성이 다른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이므로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신임을 받을 수 있는 인격자로서, 집단 원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력(leadership)을 겸비해야 하며 인간을 다루는 기술과 인내심, 그리고 적당한 유머가 있어야 한다. 또한 당당하고 겸손하며 봉사적이고 주인의식이 강한 한편, 박력 있고 정열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의 수많은 분야에도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고, 그들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지방선거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보다는 이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시기이다. 우리 모두 유능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유권자들의 몫을 다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