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국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한국악회 회장 |
그리고 몸을 뒤로 젖히기도 하고 움츠리기도 하며, 팔을 높이 올려 허공을 찌르는가 하면 둥근 원을 그리기도 하고, 뒷 머리칼이 바람에 찰랑이듯 머리를 움직이는 등의 동작과 거의 아름다운 춤을 추는 모습도 보인다. 이 때 처음부터 끝까지 오른 손에 들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지휘봉이다. 이처럼 지휘봉은 지휘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처럼 느끼기 쉬우나, 실제로는 연주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그럼 과연 이런 지휘봉은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을까?
중세기에는 홍두께 같은 몽둥이를 두드리거나 바이올린 수석 주자의 활대에 맞추기도 했으며, ‘륄리’는 등산지팡이 같은 것으로 땅바닥을 치기도 했단다. 독일의 ‘슈포어’는 종이를 말아 하이든의「천지창조」를 지휘하여 지휘봉의 시작을 예고했고, ‘멘델스존’은 오라토리오「엘리야」의 초연 때 지금과 같은 지휘봉을 사용했으며, ‘베를리오즈’는 1855년에「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기법」이란 저서를 출판하여 지휘법을 체계화시켰다는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지휘봉은 다양한 과정을 거치며 발전을 거듭했는데, 한때에는 지휘봉이 독재적인 지휘자의 전유물로 여겼었던 시절도 있었단다.
지휘자는 지휘봉만을 흔들거나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되고, 독창적으로 음악회에 초대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된다. 한 사람의 지휘자가 탄생될 때 까지는 오랜 시간과 어렵고 복잡한 연구과정이 필요하고 경험 등을 거쳐야 되는데, 다음과 같은 조건을 고루 갖추어야 된다고 본다.
첫째, 음악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어야 된다. 피아노로 총보(Score)를 읽을 수 있어야 되고, 작품을 분석할 수 있도록 폭 넓고 깊이 있게 음악이론을 습득하여 독창적으로 음악을 해석하며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된다. 그리고 다양한 악기들의 조화와 자신의 색채를 나타내기 위하여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악기들의 연주법까지 이해해야 될 것이다.
둘째, 인간으로서 해박한 교양을 소유하고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겸비해야 된다. 모든 연주단체는 개성이 다른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이므로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신임을 받을 수 있는 인격자로서, 집단 원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력(leadership)을 겸비해야 하며 인간을 다루는 기술과 인내심, 그리고 적당한 유머가 있어야 한다. 또한 당당하고 겸손하며 봉사적이고 주인의식이 강한 한편, 박력 있고 정열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의 수많은 분야에도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고, 그들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지방선거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보다는 이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시기이다. 우리 모두 유능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유권자들의 몫을 다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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