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재앙의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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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윤]재앙의 비정규직

[중도춘추]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 승인 2010-05-20 23:00
  • 신문게재 2010-05-21 20면
  •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기업의 노동유연성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된 비정규직 제도가 정착되기보다는 갈수록 개인 근로자들에게 재앙으로 닥쳐오고 있다. 원활한 노동이동성이나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으로 인생을 출발해야 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 중,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또는 초우량기업에 진입하지 못한 약 40만 명의 젊은이들이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자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딘 젊은이들은 앞으로 직장을 전전하며 메뚜기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자신들이 밉다고까지 말한다.

▲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회에 진출한 처음부터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다. 그러니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2년 뒤 직장을 옮기거나 어떻게든 정규직으로 이동하기 위한 생각에 골몰해 있다. 이것은 본능적인 생존의식의 발로이다. 이와 같은 심리적 불안상태에 처해 있는 그들에게서 생산성 향상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최근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안정성이 OECD 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의 유연성이란 기업이 환경변화에 처하여 인력의 수, 임금, 노동시간 등을 자유롭게 조정함으로써 그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이제 그것은 필요시에만 적확하게 사용되는 필살의 무기가 아니라 그냥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도입하고 보는 묻지 마식 유행이 되었다. 그 결과 2000년 이전 약 2백만 명에 불과하던 비정규직 노동력은 현재 1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생산직과 유통업 분야에서 활용되던 비정규직이 이제는 산업 전 분야와 거의 모든 직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비정규직 기자나 프로듀서 등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이다. 이들이 정상적인 시각과 심리상태로 취재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의문이다.

비정규직 고용 확대로 기업은 확실히 재미를 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감소하지 않고 있어 혼란과 위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회 전반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낮추어 보는 인지적 차별 분위기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은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고, 임금도 낮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은 개별 인간 가치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이 차별의식은 비정규직 규모가 커지면서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발달에 따라 비정규직의 심리적 위축과 갈등과 저항의식은 뒤범벅이 된 채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즉, 우리 사회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다시 두 동강이 나고 있는 것이다.

장기고용과 그에 대한 대가로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이 요구되던 조직문화는 1970년대에 비해 50% 이상 붕괴되었다. 만약, 요즘 조직에서 부하들의 충성심을 요구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는 정신 나간 관리자임에 틀림이 없다. 조직 관리는 점점 힘들어지고 그로 인한 간접비용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다. 또한 비정규직의 불안 심리는 분명히 가족 붕괴에도 일조하고 있다. 경제대국으로 불리던 일본이 미국식 고용유연성을 좇다가 사회적 가치관이 갈가리 쪼개지는 것을 보고 그것이 답이 아니었음을 최근에야 깨닫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모든 직원들을 정규직으로만 채용하여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있다. 한 운수회사는 직원 7천여 명을 모두 정년보장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국내 운수회사 중에서 사고율이 가장 낮아 보험료를 가정 적게 부담하고 있기도 하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회사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긍정의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한 현장연구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조직과 심각하게 겉돌고 있다고 한다. 조직과 겉도는 비정규직이 증가할수록 조직과 가정과 사회는 망가져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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